<<사내연애가 시작됐다>> 공개하시겠습니까? (Y/N) [이생안망]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뛰었다. 일-집-일-집을 반복하며 쳇바퀴 돌던 내 인생. 드디어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 나타났다. 문제는 상대를 발견한 장소가 회사라는 것. 주변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자 그 사람과의 미래가 걱정된다. 매일 함께 지내는 상상은 행복하지만, 불쾌한 소문과 상사의 잔소리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왕 시작한 사내연애, 공개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떤 선택이 우리의 사랑을 무탈하게 지켜줄까. 사내 커플 여섯 쌍의 도움을 받아 공개연애와 비밀연애의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의견이니, 기사를 읽고 깊이 논의해보자.
<공개연애를 선택했다>
의외로 해피엔딩 → 예상외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축하해주는 사람도,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젠 같이 출·퇴근해도, 연차 휴가 날짜가 겹쳐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일만 잘하면 공유하는 것이 많은 사내연애 장점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다. 공개하기 전 회사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상대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 생활 패턴이 비슷해졌고, 공감대가 넓어진 덕분이다. 결혼 얘기도 나오기 시작한다. 만약 결혼 날짜를 잡으면 청첩장은 회사 대표에게 가장 먼저 드리자. 혹시 축의금이나 신혼여행 휴가, 혹은 추가 보너스가 생길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새드엔딩 → 오히려 만남이 더 힘들어졌다. 회사 일에 영향 주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일에 집중했다. 점심도 따로 먹고, 일부러 협업 프로젝트도 피했다. 하지만 잠깐 대화를 나누면 여지없이 누군가 나타나 “너네 또 붙어있어?”라고 툭 내뱉는다. 무엇이든 꼬투리 잡으려 하는 하이에나들에게 매일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살아남으려면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참견이 시작됐다. “걔 요즘 살 많이 쪘던데, 살 좀 빼라고 해”, “걔 아까 누구랑 담배 피우고 있더라”처럼 사소한 건 기본. 연인의 평판·집안·연봉을 얘기하며 결혼 상대로 적합한지 훈수 두는 빌런도 나타난다. 타인의 이야기는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다. 냉전 중인 분위기가 알려지면 “헤어졌다”는 소문까지 돌아 서로를 더 어색하게 만든다. 무엇이든 주변 사람들 말엔 신경 쓰지 않는 걸 추천한다.
실제로 헤어지면, 원치 않는 뒷얘기와 동정을 들어야 한다. 눈치껏 전 연인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장점이다. 보통 둘 중 한 명은 불편함을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난다.
주변 동료나 회사 임원의 뒷담화 정도가 너무 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법이 있다. 형사 고소 이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뒷담화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므로, 회사에 신고한 후 조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비밀연애를 선택했다>
모두가 사내연애를 의심해도 끝까지 “아니요”를 외칠 수 있는 당신. 서로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상, 굳이 구설에 오를 필요는 없다. 안 그래도 눈치 볼 것이 많은 회사 생활, 공개 연애로 눈칫밥 먹을 여유가 없다. 아직 일할 날이 많이 남았다.
은근히 해피엔딩 → 아슬아슬한 애정행각이 시작됐다. 비상구 계단에서 몰래 만나기, 퇴근이나 회식 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 은근히 눈 마주치기 등 듣기만 해도 심장이 콩닥거리는 일들이 이어진다. 훗날 청첩장을 돌릴 때 “배신자”나 “거짓말”이란 얘길 들으면, 당신은 비밀연애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티를 내지 않으려면, 다음 몇 가지 규칙을 기억하자. 먼저 다른 사람과 함께 밥 먹는 건 피하자. 중간에 낀 사람이 둘 사이를 눈치채기 쉽다. 출근 시간과 동선, 연차 날짜를 겹치지 않게 하자. 가끔은 괜찮다는 생각이 반복되면, 의심의 불씨가 커진다. 누군가 의심해도 뻔뻔하게 대응하자. “너네 사귀지. 나한테만 솔직히 말해봐”라며 시험에 들게 하는 동료들이 있다. 평생 갈 동료라고 확신하기 어려우면,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자. 의심은 해도 확신이 없으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친한 동료에게 말한 다음날, 다른 팀 부장님이 알고 있을 수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을 잊지 말자.
아무도 모르는 새드엔딩 → 고요 속의 외침이다. 평온한 얼굴 뒤로 속이 부글부글 타오르는 일이 늘어났다. 크게 싸워도, 질투가 나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형식적인 웃음을 유지해야 한다. 데이트할 때와 다른 상대 태도 역시 이해해야 한다. 회사에선 서로 눈을 피하고, 무뚝뚝하게 대한다.
이별 후가 가장 큰 문제다. 보고 싶지 않아도 계속 봐야 하고, 같이 일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이별이니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최악의 상황은 전 연인이 헤어진 후 승진하거나 새로운 연애, 혹은 결혼을 발표하는 순간이다. 아무렇지 않게 청첩장을 주는 상대를 보면, 당장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변 동료들에게 원하지 않는 전 연인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웃어넘길 수 있을지, 몰래 한숨 쉬는 나날이 이어진다.
취재 도움=익명을 요구한 사내커플·사내부부 6쌍,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웃으며 들어갔지만 ‘징역형’…무죄 확신하던 민주당도 ‘분주’
- 주말 ‘포근한 가을비’…낮 최고 18~23도 [날씨]
- “사실 바로 잡겠다”…유튜버 쯔양, 구제역 재판 증인 출석
- ‘올해도 공급과잉’…햅쌀 5만6000톤 초과생산 예상
- 하나은행도 비대면 가계대출 중단…“연말 안정적 관리 위한 한시적 조치”
- 이재명 ‘징역형 집유’…與 “대한민국 정의 살아있다” 활짝
- 이재명 1심 징역형…한동훈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
- ‘치고 빠짐의 미학’…펄어비스 ‘붉은사막’ 해봤더니 [지스타]
- ‘김가네’ 김정현 대표, 성폭력·횡령 혐의 부친 김용만 해고
- 코스피 2400 사수, 삼성전자 7% 급등 [마감 시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