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터지는 한파가 왔다…고혈압 환자 수십만씩 느는 이 계절
이번 주말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려올 것으로 예산된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우리 몸의 대사 활동이 감소하고 혈관 역시 움츠러들기 쉽다. 이로 인해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월별 고혈압 환자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354만여 명이었던 고혈압 환자가 12월 374만여 명으로 20만 명 증가했고, 2020년에도 마찬가지로 11월에 336만여 명이던 환자가 12월 362만여 명으로 26만 명 늘었다. 날씨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고혈압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보유한 대표적인 국민병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사망 요인으로 꼽힌다. 성인의 사망 원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심뇌혈관질환은 고혈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아직도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태오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겨울철 고혈압 환자의 건강관리법을 정리했다.
심장이 펌프질을 통해 각 장기로 혈액을 보낼 때 드는 압력이 바로 혈압이다. 일반적으로 혈압을 표시할 때 ‘130/80’처럼 두 가지 숫자로 나타낸다. 높은 숫자는 수축기 혈압으로 심장이 혈액을 밖으로 밀어내는 압력을 의미한다. 낮은 숫자는 이완기 혈압으로 심장이 이완할 때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며 혈관이 받게 되는 압력이다. 2022년 새롭게 개정된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흔히 120/80을 정상 혈압이라 알고있지만,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의 혈압은 120 미만/80 미만이다. 120/80은 ‘주의 혈압’으로 분류된다.
고혈압이 왜 위험할까
대다수의 고혈압 환자들은 별다른 증상을 못 느낀다. 흔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뒷목이 뻣뻣한 증상을 호소하며 혈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혈압 수치와 큰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 고혈압을 꼭 치료해야하는 이유가 뭘까. 고혈압을 방치하면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동맥경화증, 뇌졸중 등 우리가 심각하게 여기는 순환기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 외에도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악화돼 만성 신부전증을 초래할 수 있고 눈의 망막에도 출혈을 일으켜 시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동양인 대상의 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남성의 뇌혈관 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 위험도는 각각 35%와 21%로 나타났다. 수축기 혈압이 20mmHg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뇌 내 출혈, 지주막하 출혈의 위험도는 남성의 경우 각각 1.79배, 2.48배, 1.65배 높았고 여성에서는 1.64배, 3.15배, 2.29배 높았다. 뇌졸중과 관상 동맥 질환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도는 여러 연구를 통해 국내외에서 입증됐다.
혈압은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혈압을 정확히 측정해야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표준적인 방법으로 여러 차례 측정해야 한다. 40세 이상이거나 비만, 고혈압 가족력,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은 매년 진료실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 발생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검증된 자동 혈압계를 사용해 혈압을 측정하도록 권고하는데, 혈압을 측정할 때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위팔은 심장 높이에 위치시키고 최소 5분간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 다음 혈압을 여러 번 측정해야 하고, 최소 2회 이상 측정치의 평균값으로 혈압을 표시하게 된다. 진료실 혈압 측정뿐 아니라 가정혈압 측정 또한 고혈압 진단과 치료 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말한 정확한 측정법을 이용해 혈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치료는 약물 뿐?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조절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이미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라면, 혈압을 조절해 질환의 진행과 재발을 막음으로써 사망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고혈압 치료의 목표다. 치료는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뉜다. 비약물 요법을 근간으로 해 목표 혈압을 달성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계획하게 되는데, 고혈압 치료제는 워낙 그 종류가 다양하고 고혈압 정도, 고혈압 외에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 연령 등에 따라 추천되는 약물과 그 용법이 있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고혈압이 진단된 후 약물요법이 정해졌다면 목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더불어 비약물요법도 병행해야 한다.
건강한 식사, 운동, 금연, 절주와 같은 비약물요법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된다. 특히 고혈압 전단계 혈압인 사람은 이러한 습관을 지키는 것이 좋다.
하루에 소금을 10g 정도 섭취하는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혈압이 4~6mmHg 낮아진다. 소금의 권장 섭취량은 하루 6g 이하, 쉽게 말해 1 티스푼 정도이다. 염분 섭취를 제한하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변으로 염분을 배설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뇨제를 복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뇨제 복용에 따른 소변으로의 칼륨 손실과 칼슘 배설이 줄어들면서 골다공증과 요로결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체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감소한다. 고혈압 환자의 체중이 표준 체중보다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 5kg 정도만 감량해도 혈압이 뚜렷하게 감소한다. 체중 감량과 더불어 알코올 및 소금 섭취 제한을 병행하면 혈압 감소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체중 감량은 최소 4~5kg 정도 우선 시도해보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감량하는 게 좋다. 그밖에 금연과 절주를 생활화하며, 하루 30분 이상 주 5~7회 중등도 강도로 운동을 하는 게 고혈압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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