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몸 사린다"…존재감 사라진 與 '공룡 초선' 63명, 무슨일
“당내 최대 계파라던 초선 의원들이 요즘 전혀 안 보인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이 15일 한 말이다. 전체 여당 의원 115명 중 63명(55%)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은 20대 국회 초반만 해도 역대급 ‘공룡 초선’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여당 초선 의원들의 존재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과반이 넘는 초선 의원들이 움츠러들자 몇몇 당권 주자나 친윤계 중진의 목소리만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게 요즘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위기 국면에서 초선들이 용산이나 당 상층부만 바라보는 모양새”라며 “정치 신인답게 민주당 비판이든 내부 비판이든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 과정에서 넘어지더라도 털고 일어서면 되는데 너무 몸을 사린다”고 비판했다.
요 몇 달간 여당 초선 의원들이 결속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회의’를 겨냥해 초선 의원 61명이 “극단적 정치경찰의 집단행동”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달 초선 32명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촉구하는 익명 성명을 낸 정도다. 8월에는 초선 모임을 통해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에게 비대위 전환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이는 초선 만의 목소리라기보다는 당의 주류 의견을 따르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전당대회 룰 논의를 위한 15일 초선 간담회도 ‘당원투표 100% 반영 개정’으로 좁혀졌고, 이 역시 당내 주류 의견과 일치했다.
여당 초선 의원들이 처음부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 초반만 해도 선거 연패로 위기에 몰린 보수 정당의 체질을 바꿀 주역으로 기대를 모았다. ‘명불허전 보수다’ 등 초선 공부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됐고, 윤희숙 전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 5분 연설이 히트 치는 등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초선 의원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인용 사태로 당이 내홍에 휩싸였을 때는 존재감을 확실히 알릴 기회를 잡기도 했다. 당시 몇몇 초선 의원이 신(新) 윤핵관 그룹으로 거론됐고, 새 초선 모임 결성도 활발하게 논의됐다. 하지만 최근 당권 주자와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주도하는 공부 모임이 잇따라 닻을 올리면서 초선 모임 논의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당 관계자는 “소수의 초선 의원들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개별 메시지도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당내에선 “2024년 4월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기반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주도적으로 나서거나 튀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공천을 염두에 두고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은 “다음 전당대회를 윤심이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가 도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독자 행동을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때 보수 정당에서 초선 그룹이 각종 개혁 이슈를 주도하고 내부 쓴소리를 불사하면서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 16대 국회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시작으로 17대 국회 수요모임, 18대 민본21, 19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등이 명맥을 이어갔는데 최근에는 끊겼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초선들이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과 개혁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야 보수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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