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
최근 한국·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예수님이 유소년기에 부모와 함께 살았던 나사렛 집터 ‘요셉의 동굴’이 30년 만에 한국 취재진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10평 남짓한 집터의 높이는 2~2.5m에 불과했고, 지상으로 통하는 구멍으로 빗물을 받아 생활했다고 한다. 과연 2000년 전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이 살았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좁고 허름한 곳이었다. 하지만 로마 교황청이 요셉의 동굴을 예수님이 부모와 함께 살았던 장소로 공인했고, 그 집터 위에 성요셉교회가 세워졌으니 어느 정도 고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겠다.
예수님은 탄생할 때부터 마구간이라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셨다. 예수님이 태어난 곳에 세워진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의 문은 1.2m로 낮고 비좁다. 대부분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어 ‘겸손의 문’이라고 불린다.
나사렛 요셉의 동굴과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역사적 인물이었던 예수님의 발자취를 증언하는 동시에 그 허름함과 누추함으로 예수님의 몸된 교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며 이웃 사랑을 강조했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교회는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보다는 세속의 가치에 매몰돼 교회 건물의 웅장함과 화려함만을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취재진의 이스라엘 성지 탐방을 인도했던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낮은 곳에서 사시고, 그것도 모자라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요즘 교회는 너무 부자이지 않은가. 나 또한 너무 좋은 곳에 살지 않나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도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과 신촌 모녀 사망사건 등 무관심 속에 쓸쓸히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졌다. 우리 주변에는 생활고에 처한 위기가구와 고독사 위험에 직면한 이들이 많다. 여러 복지제도가 있지만 행정력이 미치는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소외계층을 교회가 보듬어야 한다. 교회는 행정 조직과 파트너십을 이뤄 위기가구와 고독사 위험자를 더욱 촘촘하게 발굴하고 도울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충분하다. 여기에 한국교회가 고민하는 신뢰 회복의 답이 있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사업을 시작했다. 동주민센터와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교회 등 종교단체가 동 단위 종교협의회를 구성해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종교단체로는 성신은혜교회, 대광교회, 신생명나무교회, 신림중앙교회, 광성교회, 성산교회가 참여했다. 내년에는 서울시가 이 사업을 확대한다고 하니 더 많은 교회가 참여해 공교회성을 회복하고 공공선에 이바지하길 기대해본다.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18세부터 24세 사이에 홀로 독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돌봄도 긴요하다. 이들은 정서적 고립감과 영양실조 등 생활고에 직면해 있다. 국민일보가 보건복지부 자립수당 신청 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최소 32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시설을 떠난 뒤 연락이 끊겨 생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방황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인도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회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강추위 속에 거리에서 한파를 견뎌내야 하는 노숙자들과 난방이 제대로 안되는 쪽방촌 독거노인들에 대한 도움도 절실하다. 연탄에만 의지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며 온정을 전하는 건 어떨까.
성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 전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의 뜻을 되새기며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볼 때 다시 오시는 예수님을 더욱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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