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튜브를 점령한 이용진과 헤친자를 양성한 헤어진결심까지! 엘르 에디터들의 2022 컬처 비하인드씬(2)
이마루 2022. 12. 17. 00:01
올 해 이것 안 보면 대화가 안됐잖아요… 엘르 에디터들의 2022 결산
「 2022 유튜브를 먹은 사람들 」
“지금 콘텐츠의 방향과 흐름 속에서 내가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유튜브라는 큰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오면 출연자로서 등장하는 거죠.” 작년 지난 여름 ‘용진호’를 만났을 때 이용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2022년, 그는 유튜브를 그야말로 집어삼켰다!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은 이슈가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출연하고 싶어하는 채널이 됐고, 시즌2까지 이어온 〈바퀴달린 입〉은 BJ 개인 방송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를 주류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조회 수 1000만 영상이 드물지 않은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의 주인공 이영지는 어떻고! 2022년 봄, 여동생 파트리샤와 함께 〈엘르〉와 처음 만났을 때 유튜버 조나단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은 〈유퀴즈온더블록〉(엘르 화보 촬영현장이 방영되기도 했던!)이나, 〈전지적 참견시점〉같은 레거시 미디어였다. 그리고 지금 조나단의 〈동네스타 K〉는 가장 인기 있는 인터뷰 쇼다. 이마루
「 미처 헤어지지 못한 영화 」
4월 영화관 내 띄어 앉기가 해제되고, 〈범죄도시2〉가 펜데믹 이후 첫 1000만영화에 등극하며 2년 만에 극장가에서 활기가 감지됐다. 그리고 6월에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시네마적 열기에 불을 붙였다.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필두로 온갖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내년 3월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분 좋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N차 관람’ 열풍은 영화의 각본집과 스토리보드 북마저 예술/대중문화 부문 베스트셀러에 등극시켰고, 송서래(탕웨이)의 독특한 말투를 패러디하는 문장들은 꽤 오랫동안 SNS 피드를 물들였다. 스릴러를 가장한 박찬욱 표 사랑이야기는 탄탄한 만듦새를 앞세워 수많은 ‘헤친자(헤어질 결심에 미친 사람)’를 양산해 갔다.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 출간 인터뷰로 마주한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는 그 만만찮은 ‘헤친자’였다. 대한민국 영화사의 중심에 선 13인의 감독과 나눈 대화의 기록을 680쪽 분량의 결과물로 내놓고도 그는 시기상 〈헤어질 결심〉에 대한 박찬욱 감독과의 면밀한 대화를 실을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으니까. “기회만 주어진다면 〈헤어질 결심〉에 대한 인터뷰만으로 이 책에 버금가는 두께의 책을 만들 수 있다”며 그는 올해가 가기도 전에 〈헤어질 결심〉을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아버린 후 촬영장을 떠났다. 그리고 난 3차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다. 여전히 헤어지지 못한 것이다. 류가영
「 매일이 기록인 정호연 」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2000만 명이 되어 있었다’. 21세기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런 것이 아닐까?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에 모두가 얼떨떨했던 2월 초,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정호연을 가까스로 만났다. 루이 비통의 글로벌 앰배서더 등극 이후 진행된 그의 첫 국내 커버 화보 촬영을 위해서. 참지 못하고 물었던 첫 번째 질문은 ‘사주를 본 적 있느냐’였다. 2010년대 한국의 영 모델 열풍 속에서 글로벌 톱 모델로, 배우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고 여겨질 때마다 더 큰 세계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사람은 좀체 보기 드무니까. ‘명민하다’는 단어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행보를 걷는 94 년생 글로벌 스타를 바라보면서 그날 현장에 있었던 모두가 조금쯤 경도됐던 것 같다. 인터뷰 말미, 미국에 가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인앤아웃 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던 그가 4월호 책이 나올 무렵에 전해온 소식은 무려 SAG 여우주연상 소식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을 촬영 중인 그는 2022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마루
「 레트로♡하이틴 」
가장 예쁜 색의 필터가 씌워진 과거. 우리는 하이틴 시절을 왜 그리워하는 걸까? 올해 OTT 순위 차트에는 국가 불문하고 90년대 하이틴 & 레트로 장르 콘텐츠가 우후죽순 자리를 차지했다. 올드스쿨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호주 〈하트브레이크 하이〉, 소년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영국식 BL 〈하트스토퍼〉, 10대 소녀가 타임슬립을 통해 90년대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프랑스 하이틴 〈레아의 7개 인생〉까지. 끝나지 않은 팬데믹과 가슴 먹먹한 사건사고들, 어른이 된 현실 모두 뼈아픈 가운데 나의 소년 소녀 시절만큼은 예쁜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콘텐츠로 폭발했나 보다. 지그문트 마우만의 〈레트로토피아〉에서는 레트로와 유토피아를 결합한 ‘레트로토피아’, 즉 낭만적인 과거로 회귀하려는 현상의 원인을 “분통 터질 정도로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현재에 내재한 미래의 두려움이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그 흐름의 정점인 이 작품.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시청 순위 5위에 오른 〈20세기 소녀〉를 보며 지난 가을을 떠올렸다. 1999년 풍운호의 옛집같은 곳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청춘의 얼굴을 담고자 한 화보. 가끔 얼굴만 봐도 수많은 서사가 절로 떠오르는, 한 편의 소설 같은 배우들이 있는데 김유정과 변우석, 박정우와 노윤서가 그랬다. 작품뿐 아니라 〈엘르〉 촬영장에서도 ‘기억 조작’을 시전한 이들. 김유정과 변우석이 투닥이며 장난치는 모습, 첫 인터뷰 화보가 어색했던 박정우와 해사하게 웃는 노윤서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 또한 영화 속의 청춘이 된 것 같은, ‘레트로토피아’적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전혜진
「 KPOP COVERS ELLE 」
K팝이 전 세계적 서브 컬처로 자리 잡은 지금. 패션과 K팝은 어느 때보다 친밀한 사이다. 젊고 아름다우며, 프로페셔널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쏟아지는 이들에게 매체와 패션 하우스들 또한 러브 콜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오타쿠라는 단어조차 오타쿠들만 알았던 1990년대 후반 10대 시절부터 다양한 서브 컬처를 소비하며 K팝 덕후로 지내온 나로서는, 일하는 매체에서 K팝 아티스트들과 ‘당당하게’ 작업할 일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직업 만족도를 20%쯤 끌어올렸다.
이 기세를 증명하듯 2022년 〈엘르〉 커버는 어느 때보다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차지했다. 블랙핑크는 최고다. 샤넬과 제니(2월호, 11월호), 셀린느와 리사(5월호), 티파니와 로제(6월호)가 올해도 함께했다. 15주년을 맞은 소녀시대의 영원한 센터, 미우미우와 윤아(3월호), 프라다 앰배서더 선정 이후 최초의 커버를 〈엘르〉와 진행한 NCT 재현(8월호), 디올의 뮤즈 EXO 세훈(9월호), 최정상의 자리에서 멤버 전원 재계약을 달성한 3세대 대표주자 세븐틴 민규와 트와이스 나연이 루이 비통으로 조우했던 10월호 그리고 새롭게 브랜딩한 〈ELLE Man〉과 〈Super ELLE〉 첫 커버를 장식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뉴진스까지. 팬데믹으로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고 공연이 재개되면서 올해도 상반기 이후에는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혹은 출국 전날 새벽에, 한국에 머무는 1주일 남짓한 일정을 몇 달 전부터 파고들어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을, 2023년에도 자주 만날 수 있을까? 스튜디오를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롭게 펼쳐질 비주얼과 만남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LA와 토론토, 도쿄, 파리, 자카르타에서 날아온 아티스트들의 ‘자컨’을 감상한다.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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