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손흥민, 김연아, 뉴진스, 정호연… 직접 만날만큼 다 만나 본 엘르 에디터들의 2022 컬처 비하인드씬(1)

이마루 2022. 12. 17.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장 핫하고 뜨거운 사람들을 만나는 엘르 에디터들이 올해 가장 사랑한 스타는 누구?
「 어텐션 싹쓸이! 뉴진스 」
어디서 이런 다섯 명을 모았지? 뉴진스 데뷔 이틀 전, 9월호 배당표와 함께 맞닥뜨린 ‘민희진 표 걸 그룹’의 정체 앞에 가슴이 뛰었다. ‘Attention’ ‘Hype Boy’, ‘Hurt’ ‘Cookie’까지 예고도 없이 하나씩 공개됐던 뮤직비디오를 독파하며 기대감이 증폭됐다.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했다. 이미 6월 말부터 샤넬 뷰티와 함께 뉴진스의 첫 화보이자 첫 번째 〈슈퍼 엘르〉 북 인 북 에디션을 비밀리에 준비 중이던 〈엘르〉 뷰티 디렉터 정윤지 선배는 뒤늦게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타임 테이블과 촬영 동선을 몇 번이나 재확인하고, 스튜디오 곳곳에 부착할 ‘출입 금지’ 종이까지 꼼꼼하게 챙긴 채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엘르〉 에디터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촬영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웬걸, 고조되던 긴장감은 소녀들과 마주한 순간,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정윤지 선배는 ‘가을볕에 잘 마른 순백의 면보 같은’ 뉴진스의 매력에 푹 빠졌고,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주고받으며 촬영장을 자유롭게 활보하던 그들의 자연스러운 바이브에 마음을 빼앗겼다.
마침 다들 멀티버스와 메타버스를 타고 우주 끝까지 날아가던 아이돌의 온갖 ‘세계관’에 지쳐 있기도 했다. ‘이달엔 또 어떤 대단한 스타를 만났느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뉴진스’라는 세 글자 만으로 꽤 뿌듯했던 9월, 선배들 역시 모든 화보와 영상이 공개된 후 며칠 간 쏟아진 DM과 소속사 연락처를 묻는 ‘카톡’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고. 아,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엘르〉 에디터 두 명은 화제의 ‘뉴진스 가방’을 준비해 사인을 받았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에디터가 된 이래 처음 본 풍경. 이것이야말로 ‘뉴진스’가 2022년을 대표할 만한 키워드라는 확실한 증거 아닐까? 류가영
「 세대를 잇다 」

10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최대 나이 차 42세, 아트, 환경, 문학, 인권, 정치, 식물학, 음악, 대중 콘텐츠까지 모든 범주를 껴안은 여자들. 세대가 다른 두 여성의 대담을 담은 ‘세대를 잇다’ 시리즈! ‘장애인의 콘텐츠 향유권’을 주제로 한국점자도서관 이사장 육근해와 예비사회적기업 오롯의 대표 최인혜의 대담(3월호)을 시작으로 ‘지구’를 지키는 첫 여성 법무부장관 강금실과 빅 웨이브 활동가 김동희(4월호), 식물을 사랑하는 국립세종수목원장 이유미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5월호), K콘텐츠를 이끄는 스튜디오N 대표 권미경과 〈시맨틱 에러〉 감독 김수정(6월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와 브랜드 아트 디렉터 박선아 (8월호),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세계로 연결된 월트 디즈니 아트 매니저 김미란과 일러스트레이터 권서영(9월호), 여성 인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국회의원 권인숙과 출판사 봄알람 대표 이두루(10월호), 소설가 정유정과 조예은(11월호) 그리고 지휘자 김경희와 음악 연구가 김호경의 대담(12월호)까지. 지금 여성들이 걸어갈 길을 앞서 개척한 이들의 농밀한 대화가 연결된 시간. 그 놀라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엘르〉 홈페이지에서 ‘세대를 잇다’를 검색해도 좋다. 전혜진

「 캡틴 손흥민 」
작년 여름, 서울에서 그를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갑자기 쏟아진 여름 비 때문에 모든 것이 조금씩 늦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변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일찌감치 스튜디오에 도착해 있는 그를 보고 괜히 머쓱했던 기억. 2022년 가을, 버버리 앰배서더가 된 손흥민을 런던에서 다시 만났다. 그 사이 그는 EPL 득점왕을 수상했고(아시아인 최초로!) 심지어 촬영 당일에는 ‘발롱도르 11위’ 선수로 선정되는 (이 또한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고의 순위다) 기쁜 소식이 있었다. 촬영 장소로 빌린 하이드파크 근처의 마당 있는 집에서 그는 맞은편 담벼락에 앉으라면 앉았다가, 지나가는 멋쟁이 런더너의 강아지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쏘니’의 존재를 알아채고 뛰어온 동네 꼬마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축구 팬들이 들으면 통탄할 노릇이지만 그와 만날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축구를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건 그가 주변 사람을 한없이 편안하게 해주는 한편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 사람들의 기대를 명백히 알고 있지만 그 무게에 짓눌리기 전에 진심으로,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미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그렇다면 이런 귀여운 에피소드는 어떨까? 촬영이 끝나고 거실에서 함께한 저녁 식사. 후식으로 바나나를 먹는 그에게 사과도 권했다. ‘저녁 사과는 독’이라며 손을 내젓기에 그럼 가져가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정말 양쪽 허리를 짚으며 “저도 집에 사과 있어요 흥!”이라며 너무나 앙증맞게 말한 것! ‘월드클래스’나 어깨 무거운 월드컵 국가대표팀 주장이 아닌, 딱 서른 살 청년 손흥민이 보였던 순간. 이마루
「 〈엘르〉 그 자체, 김고은 」
김고은을 처음 ‘영접’한 것은 2018년 영화 〈변산〉 개봉을 앞둔 프로모션 화보 촬영 때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 박정민 배우까지 3인이 함께했던 촬영장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과 평가의 중심에 서게 될 수밖에 없는 젊은 주연 (여)배우가 현장을 어떻게 대하고, 작품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과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표하는지, 훌륭한 정답을 엿본 기분이었다. 최정상 배우이자 샤넬 뮤즈로서 〈엘르〉 커버를 꾸준히 장식하는 한편 그는 새 작품이 있을 때마다 틈틈이 〈엘르〉를 찾아줬다. 2021년에는 〈유미의 세포들〉 구웅(안보현)과 2022년에는 〈유미의 세포들 2〉 바비(박진영) 그리고 〈작은 아씨들〉의 인경(남지연), 인혜(박지후)와 함께. 어떤 촬영은 인터뷰만, 어떤 촬영은 비주얼 진행만, 어떤 촬영은 구경만 갔지만 김고은의 사랑스러움과 영리함은 한결같았다. 〈변산〉 촬영 당시 이준익 감독은 김고은을 ‘이성과 야성이 공존하는 배우’라고 했는데 이 표현의 적확함을 김고은을 볼 때마다 되새긴다. 올해 하반기 화제작이었던 〈작은 아씨들〉의 어떤 장면이 배우로서 타고난 동물적 ‘야성’을 보여줬다면, 초여름에 어울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간지러운 연애 풍경을 직조한 〈유미의 세포들 2〉는 ‘이성세포’ 쪽에 조금 더 가까울 것이다. 조금 웃기게 들리겠지만 김고은이 〈엘르〉 유튜브 영상을 촬영할 때,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엿봤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항상 즐겁다. 구독자들이 보낸 연애 고민이나 작품에 답변하는 걸 보며 어떻게 현실 감각과 유머 감각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대답을 매끄럽게 해내는지 감탄한다(김고은 씨의 ‘실친’들은 그녀의 조언을 진지하게 듣길 바란다!). 디지털 커버 프로젝트인 〈엘르 D에디션〉 커버와 6인의 샤넬 앰배서더 중 한 명으로 참여해 준 〈엘르〉 창간 30주년 기념호까지, 2022년 〈엘르〉와 네 번 만났던 김고은은 내년에도 즐겁게 나아갈 것이다. 이 세상에는 장담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며, 자신이 잘한 일은 혼자라도 알아주면 된다고 씩씩하게 말하는 사람이니까. 그녀를 가장 오랜 시간 마주했던 11월호 커버 화보의 제목은 ‘I Love the Way you Talk’였다. 앞으로도 김고은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 마음으로. 이마루
「 우영우의 남자, 강태오 」
그를 만난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가 절정이던 늦여름. 우영우라는 주체적인 여성이 자폐인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도 아닌, 그저 자신일 수 있게 하는 로펌 송무팀 직원 이준호 씨에게 푹 빠져 있던 나는 배당표의 ‘강태오 화보’ 옆에 적힌 내 이름을 발견하자마자 사명감에 휩싸였다. 이 식물 같은 남자를 ‘초절정 섹시남’으로 포착해 내고 싶다는 거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것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니트와 붉은 조명, 가죽 소파까지 만만의 준비를 마쳤지만, 하얀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섹시함, 그 ‘잡채’였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나쁜 눈을 한 섹시남’ 컨셉트에 충실해 준 그의 진정한 섹시미는 바로 그 충실함에서 온다. ‘이제야 빛을 봤다’는 평가 뒤로 그간 배우로서 켜켜이 쌓아 올린 노력의 시간들과 캐릭터, 작품을 바라보는 사려 깊은 태도 말이다.
신생 채널인 ENA에서 시청률 0.9%로 시작해 17.5%로 종영하기까지 이 드라마가 신드롬적 인기를 끈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에 내재한 아름다움이나 사회적 약자를 콘텐츠로 재현할 때의 윤리적인 태도, 젠더와 장애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끌어올린 것도 물론이지만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맡기까지 1년여의 시간을 고민하고 “누군가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임한 주인공 박은빈의 태도나 이날 인터뷰에서 “보이는 게 독이 될 것 같은 캐릭터였다. 나 여기 있다고 주장하기보단 영우의 뒤편에 되려 존재가 빛나는 친구”라고 밝힌 강태오의 고민이 모이니 사랑받을 수밖에. 국내 최초로 성인 자폐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드라마가 유독 흥미로웠던 점은 로맨스를 그리는 방식이다. 특히 이준호 씨는 시청자가 우영우를 바라보듯 응원하는 남주였다. ‘당신의 편을 들어줄게요’라는 태도보단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내 편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남자. 키스가 서툰 우영우가 이를 부딪치지 않을 방법을 묻자 “입을 조금 더 벌려주시면…”이라고 설명하는 남자. 사랑을 강요하거나 시혜적이지 않은 태도로 지켜보고 경청하는 남자 말이다. 강태오는 여느 로맨스와 달리 변호사로서 우영우를 존경하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 로맨스에 접근해 ‘변호사님’이라는 존칭을 끝끝내 잃지 않았다. ‘태오, 가지 마오’라는 말이 인터뷰 내내 튀어나올 뻔했지만, 뜨거운 인기를 뒤로하고 입대를 앞둔 상황이 섭섭치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 있게 웃었다. “잘 차려진 밥 한 끼를 먹고 갈 수 있어 든든하고, 자신 있게 인사를 건네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 든든한 우영우의, 〈엘르〉의 남자는 지금 중대장 훈련병으로 선발됐다. 이준호 씨, 제대 후에도 〈엘르〉와 먼저 만나기로 약속한 것 잊지 않았죠? 전혜진
「 OUR VOICE 」
〈엘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바로 특정 시점에 어떤 목소리를 전할 것인지 누구보다 깊게 골몰하는 매거진이라는 것.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여성의 목소리로 전하겠다”는 포부로 2019년 9월 시작된 레귤러 칼럼 #엘르보이스가 뉴스레터와 강연 등으로 지평을 끝없이 확장 중인 가운데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엘르〉 2022년 11월호가 주목한 것 또한 ‘목소리’였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가사로 지금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비추자’는 기획을 떠올린 당시 나는 아델의 곡 ‘I drink wine’에 뒤늦게 ‘꽂혀’ 있었다. ‘어릴 적엔 모든 것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지/ 그 모든 것들의 즐거움에 취했었는데, 이젠 와인에만 취하네’라는 가사가 유난히 가슴에 와 닿던 날, 동시대 뮤지션들의 가사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란 예감이 스쳤다. 그렇게 탄생한 기획 ‘아워 보이스(Our Voice)’. 8인의 싱어송라이터에게 ‘가장 나다운 가사’를 꼽아달라고 요청했고,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투른 스스로를 긍정하는 권진아와 김사월, 우효. 자기만의 사랑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소금과 헤이즈. 감정의 사소함을 놓치지 않는 선우정아와 유라, 허윤진(르세라핌)의 노랫말은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8인의 그래픽 아티스트를 초대해 이들의 가사를 타이포그래피 아트워크로 시각화하고, 응집된 목소리를 담은 ‘리릭 비디오’를 완성하는 과정은 내게도 ‘당신의 언어도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다’는 응원이 됐다. 모든 위로와 담론의 확장은 결국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므로. 류가영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