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 사진 뜨자 시민도 오열…한파 속 이태원참사 49재 엄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압사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이름으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
한파에도 불구하고 이태원로 4개 차로와 양옆 인도를 유가족뿐만 아니라 고인의 안식을 빌려는 시민들이 가득 메웠다.
추모제는 4대 종단(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의식으로 시작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무대 스크린에는 희생자 159명의 사진과 이름이 띄워졌다. 환한 얼굴로 가족, 친구들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이들의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이 통곡을 쏟아냈다. 시민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故) 이지한씨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무대에 올라 추모사를 하기에 앞서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거라”라고 절규했다. 그는 ’49재에 고인을 위해 정성을 담아 제사를 올리면 좋은 곳에서 다시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빌며 오늘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본다”며 말을 이어갔다.
고 김지현씨 어머니 김채선씨는 “누가 감히 놀러 갔다가 사고가 난 거라고 비난하며 잔인하게 2차 가해를 하고 손가락질을 하느냐”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도 공동호소문에서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국가 책임 인정과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종합적 지원 대책, 2차 가해 방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추모제에 앞서 이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7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각각 추모행사를 엄수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으로 추모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이 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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