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선제공격은 안 한다"지만...'한반도 유사시' 미사일도 쏜다
일본이 16일 '방위 정책의 대전환'으로 평가되는 안보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의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개정된 안보 문서에는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현재 방위비를 5년 이내 GDP의 2%까지 증액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후 7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 방위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번 변화는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과 맞물려 한국 등 주변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반격 능력', 미사일 방어가 핵심
일본 정부가 보유하기로 결정한 '반격 능력'은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때 상대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국의 시스템과 비교해보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의 3축 체계는 ①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②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KAMD) ③북한이 핵ㆍ미사일로 공격하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일본은 그동안 ②의 요격 시스템만으로 대응해왔으나, 앞으로 ①에 해당하는 킬체인 능력을 갖추려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주변 안보 환경의 변화를 든다.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북한이었다. 반격 능력 논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퇴임 직전인 2020년 9월, 북한 미사일 능력 향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도 새로운 미사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본격화했다.
여론 변화도 추동력이 됐다. 올해 들어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자 반격 능력 보유와 방위력 강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60~70%까지 올라갔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이 미국 갤럽과 함께 한 조사에선 68%가 정부의 방위력 강화에 찬성했고 반대는 27%에 그쳤다. 취임 직후부터 반격 능력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번에 개정한 안보 문서에 이를 명기함으로써 안보 정책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반격 능력의 핵심은 장거리 미사일 전력이다. 그동안 사정거리가 100~200㎞의 미사일만 보유했던 일본은 사정거리 1000㎞ 이상의 미사일을 1000발 이상 보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들여 전력을 확보한 후, 시간을 두고 일본산인 '12식 지대함유도탄'의 사거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육상 자위대에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미사일 부대를 신설한다. 아사히신문은 "미사일 부대는 지대함미사일연대 7곳, 고속활공탄대대 2곳, 장사정탄도탄부대 2곳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했다.
'반격'과 '선제공격' 구분 모호…'전수방위' 위반 논란
그러나 논의 초반부터 반격 능력 보유가 일본 헌법에 따른 '전수방위(専守防衛·공격을 당한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표현은 반격 능력이지만, 사실상 적의 기지 등을 먼저 타격할 수 있는 '선제 공격 능력'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공격을 당할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만 반격 능력의 행사를 규정한 만큼 "반격 능력 보유가 헌법 및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있어서는 안 된다"고 원칙을 확인했다.
문제는 반격과 선제공격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음이 확인됐을 때'를 들고 있는데 공격에 착수한 시점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적이 미사일 발사를 위해 연료를 주입하는 시점을 '착수'로 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합의된 바가 없다. 미쓰이 요시로(松井芳郞) 나고야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일본이 적 기지를 공격했을 때 상대방의 무력 공격을 증명하지 못하면 일본이 침략자가 되고 만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밝힌 기준에 따르면 반격 능력 행사 시에는 국회의 사전, 또는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2014년 아베 정부 때 각의에서 결정된 자위대의 무력행사 3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일본의 존립, 국민의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명확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지키기 위해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필요 최소한도로 무력을 사용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결국 반격 능력 행사의 결정은 "국제정세나 상대국의 의도, 공격 수단, 양상 등을 보고 판단한다"고 두루뭉술하게만 밝히고 있다.
미군 함정이 동해서 북한 공격 받으면?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도 가능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민당과의 3대 문서 개정 협의에 참여했던 하마치 마사카즈(浜地雅一) 공명당 의원은 지난 2일 반격 능력 행사와 관련해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일본에 미사일을 발사할 징후가 있는 가운데 일본해(동해)에서 미군 함정이 일격을 당하면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아니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동해에서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는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밀접히 관련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행사 가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국이 요청하면 반격 능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긴 했지만, 일본이 한반도에서 군사 행동을 전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편 반격 능력 확보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상자위관 출신의 이토 도시유키(伊藤俊幸) 가나자와공업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반격 능력을 북한에 사용할 경우는) 제2차 한국전쟁이 벌어져 북한이 지원을 막기 위해 일본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쏘는 경우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외 북한의 무력행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격 능력은 그보다 대만 유사 사태 시 중국이 미·일에 관여하지 말라며 핵미사일 협박을 가할 경우, 이쪽도 반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억지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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