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젠 '적 기지 공격' 가능해진다…안보 3문서 개정안 통과
일본 정부가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겠다고 16일 선언했다. 장거리 미사일 등을 수단으로 한 반격 능력 보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주의를 수호해 온 일본 안보정책의 큰 전환으로 평가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반격 능력 보유 및 방위력 강화 방침을 담은 3개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각의 통과 후 기자회견에서 "적의 공격을 단념하게 하는 억지력이 될 반격 능력은 앞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며 "역사의 전환기에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겠다는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이번 개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반격 능력은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을 때, 장거리 미사일로 적의 군사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가안전보장전략에는 반격 능력에 대해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행해진 경우, '무력행사 3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부득이 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며 "상대의 영역에 우리나라(일본)가 유효한 반격을 가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스탠드오프'(원거리 타격) 방위 능력 등을 활용한 자위대의 능력"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무력행사 3요건은 ▶일본의 존립, 국민의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명확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지키기 위해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필요 최소한도로 무력을 사용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평화헌법에 따라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무기(방패)'만을 가져온 일본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창'까지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교도통신은 "자위대는 수비를 철저히 하고 미군의 타격 능력에 의존해왔던 미·일의 역할 분담이 변화하게 된다"면서 "헌법 9조의 이념 아래 지금까지 내걸었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원칙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 중국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및 변칙궤도 미사일 등을 염두에 두고 현재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며 반격 능력 보유를 추진해왔다. 이번 문서에서도 주변 안보 환경의 변화를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표현은 '국제사회의 우려사항'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대폭 강화됐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과제'에서 '종전보다 더욱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바뀌었다.
개정된 문서에는 반격 능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담겼다. 2023년도부터 2027년도까지 향후 5년간 약 5조 엔(약 48조원)을 투입해 장사정 미사일을 배치한다. 미국산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도입하고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정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리면서 지상은 물론 함정과 항공기,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할 방침이다.
또 자위대에 반격 능력을 담당할 미사일 부대를 신설하고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외국에 팔거나 양도하는 것을 금지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도 재검토한다.
일본 정부는 또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5년 뒤인 2027년에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이를 보완하는' 예산을 현재 GDP의 2%에 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문서에 명기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방위비로 약 43조 엔(약 415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GDP의 2%는 약 11조엔(약 105조 원) 규모다. 계획대로라면 일본은 5년 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방위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 개정된 방위 문서에서 다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면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고 기술했다.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는 종전 기술과 비교했을 때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3대 안보 문서 중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일본 외교·방위 정책의 기본 방침을, '국가방위전략'은 이를 토대로 일본이 갖춰야 할 방위력의 수준과 자위대의 역할 등을 규정한다. 구체적인 방위 예산 및 장비 조달 계획은 '방위력정비계획'에 담겼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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