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 물어뜯은 中대사 "외부사주 받은 색깔혁명 냄새난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관인 루사예(盧沙野·58)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지난달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백지시위’를 외부 세력의 사주를 받은 ‘색깔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가 백지시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루사예 대사의 이번 발언이 처음이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루 대사가 지난 7일 프랑스 외교기자협회 만찬에 참석해 기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대화록에 따르면 루 대사는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국민)은 불만과 불평을 표출할 권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위를 통해 라오바이싱의 염원과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 세력이 매우 빠르게 기회를 포착하고 정치화 조작에 나섰다. 중국은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색깔혁명의 냄새를 확실하게 맡을 수 있었다. 내가 말한 것은 모두 근거가 있다. 일부 중국인은 외부 세력에 매수당했다”고 주장했다.
누가 매수했는가라는 질문에 루 대사는 “외부인사”라고 대답했다. 정확히 누구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루 대사는 “내가 폭로할 수 없다. 외부 반중(反華) 세력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누가 조종했는지 지적한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꼬시고 선동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지시위’는 백색이지만 색깔혁명이다. 흰색도 하나의 색깔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백지시위=색깔혁명’ 논리를 펼쳤다.
루 대사의 발언에 프랑스 기자는 외부세력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다음은 질의 응답.
질문 “대사는 외부세력을 언급했다. 그들은 국가인가 조직인가? 누가 배후에서 지지하고 목적은 무엇인가? 중국과 같이 엄밀한 모니터링을 당하는 국가에서 외부 세력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루 대사 “이들 세력은 중국을 그들의 적이자 주요 전략적 라이벌로 본다. 당신이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를 썼다. 정확하지 않다. 중국은 자기 방어를 할 뿐이다. 일부 외부 세력이 중국을 끝까지 적대시하기 때문이다.”
질문 “그들은 누구인가?”
루 대사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외부 세력이다. 당신들 스스로 상상할 수 있다.”
질문 “서방인인가? 미국과 관련된 세력인가? 국가? 기업? 외부에서 온 중국 반대파인가?”
루 대사 “국가도 있고, 조직도 있다. 중국의 ‘반대파’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 특히 외국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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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전사 있다면, 미친개가 너무 많아서”
루 대사는 지난 2019년부터 프랑스 대사를 맡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랑 외교관이다. 중국 외교의 사령탑 격인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의 정책연구국 국장, 주캐나다 대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21일에는 “만일 ‘늑대 전사’가 있다면 ‘미친개(瘋狗·풍구)’가 너무 많고 너무 흉악해서다. 학술이니 매체라는 겉옷을 걸친 ‘미친개’가 중국을 미친 듯이 물어뜯어서”라는 막말을 홈페이지에 “언론 자유라는 민주적 토론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리기도 했다. 당시 루 대사는 프랑스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센터의 박사가 중국을 트롤(괴물)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삼류 폭력배(petite frappe)’라는 막말을 퍼부어 프랑스 외교부에 초치당하기도 했다.
미국 인터넷 정치 언론 폴리티코 닷컴은 지난 8월 유럽에서 근무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랑 외교관 5명을 선정하면서 루사예 대사를 최악의 전랑 외교관으로 선정했다. 폴리티코는 루 대사의 ‘늑대지수(wolf rating)’를 5로 매겼다. 부임 2년간 스웨덴 외교부에 막말 등 이유로 40여 차례 이상 초치당한 구이충유(桂從友·57) 주스웨덴 대사와 함께 최악의 전랑 외교관으로 뽑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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