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삼성의 M&A 약속…'빅딜' 머지않았다
현금자산은 128조 넘어
ARM 인수는 사실상 무산…NXP 다시 거론 중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한 기한이 어느덧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던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향후 3년 내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총알은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128조원. 현금이 쌓이고 있다는 것은 재무건전성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투자 행보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양날의 검'인 셈이다. 결국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선택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28조1622억원에 달한다. 불과 5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오디오·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자회사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지난 2017년 6월 말에는 53조8400억원 수준이었다.
물론 보유 현금이 100조원이 넘어도 다 M&A에 쓸 수는 없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삼성전자 전체 종속기업의 90%가 해외자회사라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 규모만 추리면 수십조원대로 떨어진다. 자금을 끌어올 수는 있지만 해당국가의 외환관리 정책 등의 변수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등 외환통제가 강한 나라에서는 현금자산을 대거 끌어오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본사가 직접 보유한 현금은 3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M&A는 필수적이다. 그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빅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회사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초 한종희 부회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M&A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경영진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실제 거래 직전까지 이야기가 오갔다는 방증이다.
가장 유력한 M&A 후보로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ARM이 거론돼왔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ARM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의 몸값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제시하면서, 딜이 진척되지 않았다는게 업계에 도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ARM은 삼성전자의 팹리스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매물로 평가됐으나 손 회장이 비싼 값을 고수해 인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ARM에 대한 공동인수를 추진하기로 기업들이 뜻을 모아도 반독점 규제로 규제당국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점등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화가치가 급락했던 것도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엔 다른 인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거 인수 의향을 드러냈던 미국 플래시메모리 업체 샌디스크와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가 대표적이다. 특히, NXP는 삼성전자의 하만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관심이 더 쏠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직후 자동차 산업 변화를 언급하며 전장 관련 사업 투자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과거 삼성전자는 NXP와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지 못해 딜이 무산됐지만, 반도체 위기감을 반영하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 회장이 M&A 전문가 영입과 조직 구축을 완비한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회장은 올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 M&A 담당 임원을 연달아 영입했으며, 지난 6일 정기인사에서 M&A 로드맵 수립을 주도해온 DX부문 사업지원T/F 다니엘 아라우조(Daniel Araujo) 상무를 승진시켰다.
문제는 반도체 기업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NXP의 인수가는 60조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본사 단독으로 매입대금을 마련하기엔 자금융통에 부담이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퀄컴이 2016년 NXP 인수를 시도할 당시 제시한 금액이 54조원가량인데, 반도체 공급망 유지 전략이 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승부수를 둘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법 리스크' 부담을 일부 벗어난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주요해보인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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