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부동산 문제 해결해야 자본주의가 성장한다

2022. 12.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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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귀족, 교회가 독점하던 토지들이 조금씩 시민들에게 나누어지면서 자본주의 역사는 시작됐다.

구(舊) 교회 토지를 몰수해 젠트리(젠틀맨의 어원)들에게 싼값에 불하했던 영국은 물론, 대혁명을 시작으로 토지 소유권을 많은 시민에게 나눠준 프랑스, 개척을 위해 엄청난 토지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불하한 미국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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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분배와 함께 자본주의 시작
토지 효율 극대화로 공업 발전
부동산 거품이 경제성장 발목
섣부른 부양책, 가계부채 악화

왕과 귀족, 교회가 독점하던 토지들이 조금씩 시민들에게 나누어지면서 자본주의 역사는 시작됐다. 구(舊) 교회 토지를 몰수해 젠트리(젠틀맨의 어원)들에게 싼값에 불하했던 영국은 물론, 대혁명을 시작으로 토지 소유권을 많은 시민에게 나눠준 프랑스, 개척을 위해 엄청난 토지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불하한 미국이 그랬다. 토지를 소유하게 된 시민들은 이를 농업보다는 공업에 이용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했다. 그런 노력은 결국 산업혁명으로 연결됐다. 예컨대 영국 헨리 8세로부터 토지를 불하받은 젠트리들은 자신들의 땅에 농작물을 키우는 대신 모직 산업을 위해 양들을 키웠고, 이는 방직 산업을 필두로 한 산업혁명의 기초가 됐다.

우리나라 산업화도 과거 염가로 조성된 각종 산업 공단들의 힘이 컸다고 본다.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토지를 소수가 보유하고 임대를 통해 부를 증가시키는 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이에게 적은 비용으로 배분돼 더욱 큰 이윤과 효용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부동산의 악연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시장경제가 모처럼 호황에 접어들 때마다 성장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린 것이 부동산 거품 문제였다. 1929년 대공황 때에도,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막대한 민간 부채를 등에 업은 부동산 거품 제거를 위한 통화 긴축이 위기의 방아쇠가 되었다. 1990년을 전후한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도 같은 수순을 밟았고 이후 30년 이상 국민들을 절망케 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위기와 이에 대한 우려가 현재 진행형이다. 1%도 안 되는 저금리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치닫던 부동산 가격은 이제 금리가 정상화되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역전세난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이 빨아들인 엄청난 양의 가계부채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유효 수요가 잠식된다는 사실이 심각하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고통받는 다주택자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가격이 일부 하락했다며 정부가 섣불리 부양책 카드를 꺼내드는 것을 필자는 우려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미 정부는 주택 가격이 아무리 급락해도 인위적인 부양책을 펼치지 않았고, 오히려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노력해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을 넘나들던 규모를 80% 안팎으로 떨어뜨렸다. 가계부채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득과 비교해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으로 내려온 주택가격이 실소유자들의 매수세를 불러들이며 주택경기가 다시 살아났다. 반면 1990년대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일부 하락하자 여러 정책을 동원하며 여전히 소득 대비 엄청나게 비싼 주택가격을 부양하려 했고, 이 때문에 주택가격은 더딘 수요와 맞물려 아주 오랫동안 침체돼 경제를 잠식했다.

우리도 분양가상한제나 강력한 대출규제가 없었다면 더 탐욕적인 부동산 PF 사업 시행이 남발돼 보다 큰 위험에 빠지고 더 많은 가계부채로 훨씬 심각한 경제 상황이 올 수 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식의 섣부른 부양책은 경기 침체 고통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소수의 자산가에게 다수의 주택을 보유케 하는 식의 부양책은 비효율성과 위험만 높일 뿐이다. 소득 대비 충분히 낮아진 가격에서 더 많은 시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토지를 구입하고 소유할 수 있어야 이윤과 효용이 극대화되는 자본주의의 발전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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