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예측은 예측일 뿐, 제 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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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서튼 영국 BBC 해설위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높은 승패 적중률을 보여 '인간 문어'로 불리고 있다.
'경제학자는 어제 예측한 일이 오늘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내일 알게 되는 전문가'라든가 '기상학자는 현재의 일기는 알고 있지만,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기 상황도 모른다'라는 식이다.
그나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큼지막한 반성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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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우리의 선택·의지·신뢰·정책 등에 더 많이 좌우
[아시아경제 남승률 기자] 크리스 서튼 영국 BBC 해설위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높은 승패 적중률을 보여 ‘인간 문어’로 불리고 있다. 그는 월드컵 개막 전 16강에 진출할 12개팀을 맞췄다. 8강전 4경기 중 모로코와 프랑스의 스코어 예측까지 적중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결승에 오를 것이란 예상도 맞았다.
서튼이 모든 경기의 승패를 맞춘 건 아니다. 한국이 가나를 1-0으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2-3으로 패배했다. 브라질이 크로아티아를 꺾고, 네덜란드가 아르헨티나를 이길 것이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조별리그 적중률은 54.1%, 16강전은 62.5%, 8강전은 50%에 불과하다.
그러나 극적인 순간 들어맞은 예측일수록 회자되면서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사실 동전을 반복적으로 던져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과 서튼의 적중률이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를 ‘족집게 예언자’로 신봉하는 축구팬이 적지 않다.
이쯤 되면 경제학자들이 억울할 만하다. 수많은 경제학자가 시시각각 내놓는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물가상승률 전망치 또는 수정 전망치가 완전히 틀리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에서 엄청난 차이일 수 있지만) 숫자만 보면 엇비슷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곧잘 비판과 조롱에 시달린다. ‘경제학자는 어제 예측한 일이 오늘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내일 알게 되는 전문가’라든가 ‘기상학자는 현재의 일기는 알고 있지만,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기 상황도 모른다’라는 식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런 대접을 받는 연유가 있다. 극적인 순간에 처참한 예측 실패가 적지 않았다. 1920년대 미국 대공황, 1970년대 석유파동,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내다본 경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큼지막한 반성문을 실었다. 그러나 ‘막대한 부양책에도 미국에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란 그의 빗나간 예측이 달라지진 않는다.
경제학자들에게도 변명거리는 많다. ‘경제는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이며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복잡다기한 존재’라는 게 대표적일 듯하다. 경제 주체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단하기도, 과거의 경험과 통계만으로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작은 위기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같은 돌발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대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틀릴지언정 예측의 순기능도 존재한다. 똑같은 위기에 직면해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예측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는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시장의 불안이나 공포심리에 편승한 극단적인 예측은 경계해야 한다. 경제환경이 갈수록 복잡다기해지고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극단적인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다만 합리적이든 극단적이든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미래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 신뢰, 정책 등에 더 많이 좌우된다. 경제가 특히 그렇다.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극복한 과정이나 눈부신 성장을 이룬 단계를 짚어보면, 제 하기 나름이란 말이 제법 잘 들어맞는 영역이다. 특히 경제 주체인 가계·기업·정부가 ‘삼인사각’ 경기를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운명이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다. 모두가 어려울 거라고 입을 모으는 내년이 코앞이다.
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 부장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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