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는 코로나…"내년 제약시장 먹거리는 알츠하이머·비만"
'아두헬름' 실패한 치매, '레카네맙'·'도나네맙' 기대
'위고비'가 문 연 비만, '마운자로'가 더 키울까
국내는 바이오시밀러에 주목
내년 '휴미라' 시작으로 잇딴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에 기대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일단락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고속 성장을 일궈왔던 제약·바이오 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었던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만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국내 이슈로는 바이오시밀러와 FDA 신약 승인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제약·바이오 전망과 관련해 "알츠하이머와 비만 영역에서 거대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한 첫 신약이 나오면서 시장이 개화한 데 이어 효능·안전성을 높인 신약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본격적인 시장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알츠하이머는 바이오젠·에자이의 '아두헬름'이 사상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두헬름은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상용화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반면 내년 중 FDA 승인을 노리는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카네맙'과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은 아두헬름 대비 확실한 효능을 임상에서 확인하면서 2032년에는 총 580억달러(약 7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란 기대다. 레카네맙은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 감퇴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되며 다음달 6일로 다가온 FDA의 가속승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도나네맙 역시 내년 중 임상 3상 결과를 내놓고 FDA 허가를 시도할 계획이다. 두 약은 2028년 각각 연간 30억달러(약 4조원), 19억달러(약 2조4767억원)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강하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치료제가 없던 시장이 개화되면 단연 진단 시장이 열리게 돼 있다"며 이와 함께 치매 진단 영역을 강조하는 한편 "대부분의 후기 임상 단계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항체의약품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동반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마찬가지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중추신경계(CNS) 질환인 파킨슨병 역시 보조제 약물 정도만 존재하는 만큼 근본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고성장이 가능한 분야로 짚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시장을 연 비만 치료제 시장은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제파타이드)'가 내년 중 FDA 승인을 노린다.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17.8%의 체중 감소를 보이며 위고비의 12.5%보다 높은 효능을 보였다. 릴리는 위고비와의 직접 비교임상을 통해 우위를 확인한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이에 더해 양사를 포함해 화이자, 암젠 등이 편의성을 높인 먹는 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치료제 출시가 이어질 경우 미국 기준 시장 규모가 올해 39억달러에서 연평균 29.1% 성장하며 2032년 472억달러(약 6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는 해외 바이오시밀러 대전 준비… '렉라자'·'리보세라닙' 허가 관심
국내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화두로 떠올랐다. 유안타증권은 "내년부터 휴미라 미국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시작된다"며 셀트리온과 함께 오리지널사인 애브비, 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견했다. 이외에도 다른 시밀러들이 있지만 대부분 저농도 제형인만큼 고농도 제형 위주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어 "2025년까지 스텔라라, 아일리아, 프롤리아 등 블록버스터 항체 약물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며 "바이오 시밀러 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봤다.
이와 맞물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내년부터 미국 등 해외 시장 내 직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초기에는 판관비가 투자되지만 판매 파트너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줄어드는 만큼 장기적 이익 향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NH투자증권은 "시장이 직판 비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지불자(payer) 위주 영업시 미국 직판 인력은 예상 대비 30~40% 축소 가능"하고 "연간 미국 직판 비용은 500억~1000억원의 가이던스 중 하단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강자로 자리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올해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이 내년 중 본격적 가동을 시작하는 데 대한 기대와 함께 5공장 조기 착공을 주요 변수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속되는 항체 시장 성장 속 강화하는 수주 경쟁력에 주목한다"며 "내년은 제2바이오캠퍼스 착공 계획이 구체화되는 해로 수주 계약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신약으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과 HLB의 '리보세라닙'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한양행은 파트너사 얀센을 통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의 FDA 승인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LB 역시 병용요법을 진행 중인 '캄렐리주맙'을 개발한 항서제약과 손잡고 간암에 대한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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