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설계자'에서 '악당'으로…추락하는 머스크

조유진 2022. 12. 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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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스티브잡스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로 꼽히며 찬사가 쏟아졌던 일론 머스크가 추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 창업을 시작으로 전기차·우주개발·태양광발전·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분야에서 거대 제국을 세운 그가 본업인 전기차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트위터 인수 이후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머스크의 최근 보유 주식 매도 행보는 트위터의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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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 자산 3000억달러 돌파...올해만 1090억 증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래의 설계자', '21세 혁신가', '인류 최초로 개인 자산 3000억달러를 돌파한 인물'

고(故) 스티브잡스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로 꼽히며 찬사가 쏟아졌던 일론 머스크가 추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 창업을 시작으로 전기차·우주개발·태양광발전·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분야에서 거대 제국을 세운 그가 본업인 전기차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트위터 인수 이후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오너리스크'에 무너지고 있다며 "머스크가 테슬라의 영웅에서 악당이 됐다"고 직격했다.

머스크는 14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테슬라 주식 35억8000만달러(약 4조6587억원)어치를 매각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머스크가 지난 12~14일 사흘에 걸쳐 내다 판 주식은 2200만주에 달한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4월 약 85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뒤 트윗을 통해 "추가 매각을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후에도 8월 69억달러, 11월 39억5000만달러 연속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는 행보를 보였다.

현재까지 머스크가 작년 말부터 테슬라 주식 매도로 확보한 현금이 총 400억달러에 달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트위터의 인수자금 440억달러에 육박한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머스크의 최근 보유 주식 매도 행보는 트위터의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 처분이 끝났다고 거듭 확언한 뒤에도 집요하게 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트위터의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 경영을 둘러싼 머스크의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접근 방식이 광고주 이탈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를 사유화하고 일관성 없는 횡포와 각종 무책임한 언행으로 트위터 경영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트위터 블루)를 도입해 매출 확대를 노린 그의 경영적 판단이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할 때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트위터에 상당한 규모의 고금리 대출도 떠안겼다. 트위터 부채는 기존 17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7배 이상 불어나 연간 이자 지급 규모가 12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부채의 절반이 변동금리로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이자 지급 규모는더 커질 위험이 있다는 데 있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는 격변의 거시경제 상황에서 부채를 경계해야 한다"고 이 같은 위험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오너리스크는 테슬라 주가가 큰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추가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며 투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400달러를 호가했던 주가는 이날 60% 가까이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 하락 대부분은 트위터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나타났다. 트위터 인수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9월 말 이후 테슬라 주가 하락폭은 41%에 달했다. 이 기간 S&P500 지수는 11% 상승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7% 올랐다. 시가총액도 4979억달러(이날 종가 기준)로 쪼그라들며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주가 하락으로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호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인류 최초로 개인 자산 3000억달러를 돌파한 인물'이었던 그의 순자산은 연일 급감하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그의 순 자산은 1610억달러로 전날 보다 27억달러 감소했다. 올해 전체로는 1090억달러(약 144조원)가 증발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억만장자 중 올 들어 가장 큰 자산 감소폭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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