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불체포특권

고승욱 2022. 12. 16.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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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논란이 또 시작됐다.

불체포특권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거나, 의원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발의됐다.

지난 1월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의 약속'에는 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이 특별히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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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논설위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논란이 또 시작됐다. 지겹지만 안 볼 수도 없다. 이번에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논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권을 잡은 뒤 검찰을 앞세워 야당을 탄압한다는 옹호론과 구시대적 특권 뒤에 숨지 말고 법정에 당당하게 나가라는 무용론이 맞선다.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 44조는 제왕적 대통령에 맞서 삼권분립을 지키는 근거라는 주장에 “개인 비리인데, 적당히 하라”고 반박한다.

사법개혁에 앞장섰던 윤관 대법원장은 1997년 판사가 피의자를 심문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를 도입했다. 수사기관이 만든 서류만 보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이후 판사들은 피의자에게 구인장을 발부해 법정에서 심문했다(형사소송법 201조의2). 그런데 이 조항은 헌법에 따라 의원의 체포동의 절차를 규정한 국회법 26조와 충돌했다. 피의자를 강제로 법원에 부르는 구인장이 체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법관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개시하려면 국회 동의를 먼저 구하게 된 것이다. 국회가 동의안을 가결시키면 법원보다 먼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한 꼴이 되고, 부결시키면 법원은 판단의 기회마저 박탈당한다. 전형적인 입법 미비다.

불체포특권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거나, 의원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발의됐다. 물론 이런 법이 통과된 적은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를 앞두고 국민 앞에 개혁을 약속할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간 것도 불체포특권 내려놓기였다. 지난 1월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의 약속’에는 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이 특별히 강조됐다. 하지만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정치인의 약속은 늘 한두 차례 시늉으로 끝났다. 이번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짐작대로 그렇게 끝날지 사뭇 궁금하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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