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시각각] 일본 기자, 중국 기자와의 대화

김동호 2022. 12. 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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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에디터

최근 일본 기자들과 한·일 언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 기자와 한국 기자들은 서로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 양국 국내 정치가 국경을 넘어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어 외교적 화해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과거사를 잊지 않고, 일본은 과거사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양국은 평행선을 달린다.

더구나 태평양전쟁 이후 태어난 일본의 전후(戰後) 세대는 식민지 시절 한국인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일본이 과거사를 감추고 미화하는 교육으로 일관하면서다. 1592년 시작된 임진왜란 역시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닌데도 일본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병사를 조선에 보냈다고만 알고 있다. 이렇게 과거사가 축소되니 대화에 진전이 없다.

현시점에선 오히려 한국이 필요 이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인식이 일본에 널리 퍼져 있다. 한국 측이 빌미를 제공한 건 맞다. 문재인 정부는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정부 사이의 합의로 출범했던 위안부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해산시켰다. 당시 ‘불가역적 해결’을 주장했던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또 2018년 한국 대법원은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해보상 판결을 내렸다.

「 한국 위상 과거와 달리 높아지며
일본·중국, 한국에 적극적 러브콜
정치만 성숙하면 위상 더 강해져

한국은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청구권자금으로 5억 달러를 받았다. 일본은 개별적 피해보상을 제안했지만, 경제개발 자금이 필요했던 박정희 정부는 일괄적으로 받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포항제철 설립에 투입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배상이 65년 법적으로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위안부 문제가 91년에 표면화했고, 강제노역 문제 역시 90년대 이후 소송이 본격화했다. 양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오히려 문재인·아베 정권에서는 서로 국내 정치에 유리한 쪽으로 과거사 문제를 이용했다. 대통령 수석이 죽창을 들자면서 국민 감정을 선동했고, 일본은 수출 규제의 칼을 뽑았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한국에 다가서려고 한다. 거의 모든 일본인이 한류를 즐기고, 젊은 층은 한국을 동경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예민하다. 생활 수준이 일본을 능가할 만큼 풍요로워진 한국이 거듭 과거의 배상 문제로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고 있다. 사과 피로증도 호소한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도 일본은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했다. 물론 우익 정치인의 망언이 반복되고 전범의 위패를 안치한 야스쿠니에 공물을 바치는 것은 진정한 사과를 의심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의 공식 입장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밝힌 대로다. 일본 기자들과 협력 방안을 얘기해 봤지만 문제 진단은 새로울 게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뿐이다. 특히 양국 정상의 담대한 결심이 필요하다.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도 한·일은 손을 잡아야 한다. 북핵 위협은 이제 한국과 일본이 따로 대응할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중국은 북핵에 대해 아무런 제재나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 구도에선 한국의 협력을 절실히 기대한다. 특히 경제 측면에서 그렇다. 최근 중국 기자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중국 기자들은 한목소리로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미국의 기술 통제를 받는 중국으로선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국제사회는 물론 동북아에서 한국은 과거의 약소국이 아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일본과 중국이 서로 한국과 편을 먹으려고 한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다. 정치만 성숙하면 위상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최근 일본·중국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한국의 달라질 위상이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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