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LPGA 신인 46명…직업·나이 '각양각색'

발레리 플레타, 미시간 주립대 재학 중 대회 참가
베일리 타디, 원서 마감 15분 전 접수
이네스 라클랄렉, "자국 대표팀에 감명 받아"

[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치열한 경쟁 끝에 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권을 획득한 선수 46명의 명단이 확정됐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나이, 국적, 직업을 가진 신예들이 대거 선발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4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2주에 걸쳐 미국 앨라배마주 도선의 하일랜드 오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퀄리파잉(Q) 스쿨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발된 46명 가운데 23명이 LPGA 투어에 처음 입성하는 신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유해란이 최종 합계 29언더파 545타를 쳐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유해란은 LPGA 투어 진출권과 함께 우승 상금 1만5000달러를 받게 됐다. LPGA 2부 투어에서 활동해온 박금강도 최종 합계 20언더파 554타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려 내년 LPGA 투어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LPGA 투어 무대를 밟는 선수들의 다양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Q 시리즈 통과 명단엔 최초로 10대 선수 3명과 30세 이상 선수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알렉사 파노(미국)는 주니어 선수들의 도전을 그린 골프 다큐멘터리 ‘더 쇼트게임’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녀의 사연이 알려지며 Q 시리즈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파노는 1타 차로 아쉽게 2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내년 1·2부 투어를 병행하며 활약할 수 있게 됐다.

발레리 플레타(콜롬비아)의 사연도 화제다. Q 시리즈를 앞둔 바로 직전 달에 프로로 전향한 플레타는 미시간 주립대 5학년생으로 대회와 기말고사 기간이 겹쳐 대회 내내 시험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라운드를 1오버파 73타로 다소 부진하게 마친 플레타는 “집에서는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학교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훨씬 좋았다”고 밝혔다.

유해란에 2타 뒤진 27언더파 547타로 2위를 차지한 베일리 타디(미국)의 경험도 뭉클하다.

2부 투어인 엡손 투어는 LPGA 정규투어로 직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엡손 투어에서 상금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이듬해 LPGA 정규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타디는 두 시즌 연속 LPGA 투어로 가는 길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0년엔 343달러, 2021년엔 1765달러가 부족해 LPGA 투어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때의 상심이 너무 커 올해 Q 시리즈 참가를 포기하려다 서류 마감 15분 전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변인들의 응원으로 엉겁결에 낸 서류가 그녀를 인생 첫 LPGA 길로 인도해준 셈이다.

모로코인으로는 처음 LPGA투어에 입성한 이네스 라클랄렉.
사진제공=연합뉴스. — 모로코인으로는 처음 LPGA투어에 입성한 이네스 라클랄렉. 사진제공=연합뉴스.

모로코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투어 무대를 밟게 된 이네스 라클랄렉(모로코)는 자국의 축구 대표팀을 이끈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라클랄렉은 Q 시리즈가 끝난 후 "라크라키 감독이 월드컵 8강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물리친 뒤 말한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말은 내게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라크라키 감독은 포르투갈전 직후 “꿈을 꾸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우리도 우승을 꿈꿀 수 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