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향력 막아라…미국 “아프리카에 72조 지원”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아프리카 각국 정상을 태운 전용기가 속속 착륙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13~15일 백악관에서 여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8년 만에 개최되는 미·아프리카 정상회의에 49개국 정상과 아프리카연합(AU) 대표단을 초대했다. 지난 10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대해 군사적·상업적·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따라잡고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앞으로 3년간 아프리카에 약 550억 달러(약 72조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프리카 대륙은 전 세계의 미래를 만들 것이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와의 협력이 앞으로 10년간 미래 잠재력의 문을 여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첫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아프리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은 급변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2610억 달러(약 339조원)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는 640억 달러(약 83조원)로 줄었다. 중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회의가 중국에 주는 메시지를 묻자 “이건 미국과 아프리카 간 파트너십의 문제”라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것이 아니며,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약속한 지원 규모는 중국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이 열릴 때마다 대규모 지원계획을 발표했는데, 2015년과 2018년 각각 600억 달러, 2021년 400억 달러를 투자·원조·융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가 미국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협력의 범위를 기존의 안보나 인도적 위기, 인권 문제를 넘어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국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AU가 주요 20개국(G20) 정규 회원으로 가입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에 아프리카 순방을 계획하고 있으며, 회의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재임 중 사하라 이남 지역을 방문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미국 등 서방에도, 중국·러시아에도 기울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아무도 우리에게 아무개랑은 협력하지 말고 우리랑만 일하자고 말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와 일하고 무역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 아프리카는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규탄에 반대했다. 이와 관련,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누군가의 머리에 총을 겨누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대해 강요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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