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시 김해' 최일선 '독서 첨병' 김근화 장유대우작은도서관장 [주목 이 사람]

박석곤 2022. 12. 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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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말단 '말초 신경'인 작은도서관 활성화 안 되면 '책 읽는 도시 김해' 는 속빈강정으로 전락
작은도서관 활성화는 지원예산 확대와 시장의 관심에 무보수 도서관장들 처우개선이 관건

"한 때 활기가 넘쳤던 '책 읽는 도시 김해' 를 부활하려면 작은도서관(동네 도서관) 지원예산을 늘리고 관장들의 처우개선과 작은도서관 지원조례 제정에 시장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이른바 '책 읽는 도시 김해' 부활은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달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장유대우작은도서관 김근화 관장

김해시는 2007년 김종간시장 재임 때 '책 읽는 도시'를 선포했다. 이후 '책 읽는 도시'로서 올해의 책 선정과 지역 내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독서릴레이 대회를 개최하는 등 독서 붐이 일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김해시가 전국독서대회를 개최하는 '종주 도시'로 자리매김하면서 도시의 자긍심이 한층 고조됐다. 

'책 읽는 도시' 명칭도 김해시가 처음 사용했다. 이후 시장들이 교체되면서 '책 읽기' 열풍은 점점 시들해졌다. '책 읽는 도시'에 무딘 단체장들의 입성으로 '책 읽는 도시 김해'는 늘 시정의 뒷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런 시정의 방향이 지속하면서 '책 읽는 도시'는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답보상태나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책 읽는 도시'와 도시 발전과는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의 생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문제는 사람의 '지적(의식) 수준'은 독서량과 비례한다는 점이다. 이는 김해시가 '책 읽는 도시'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준 높은 선진시민으로 양성하려면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하는 습관 길러줘야

'책 읽는 도시'의 자리매김은 작은도서관 활성화와 밀접하다. 작은도서관을 인체에 비유하면 최말단 조직인 말초 신경과 같다.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하는 습관을 길러주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늘 책을 놓지 않는다는 '통설'을 대입하면 작은도서관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 데 작은도서관이 강력한 '지렛대'로 작동하는 셈이다. 한 도시의 시민 수준은 그 도시의 수준을 대변한다. '명품 시민'들이 '명품 도시'를 만든다면 '명품 도시'에는 이에 걸맞은 '명품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 김해작은도서관의 운영실태는 어떨까. 한 때 '책 읽는 도시'가 중흥기를 맞을 무렵 김해작은도서관에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다며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단지별 작은도서관을 찾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서관 문화가 급변한 것도 한 요인이지만 아이들과 초등생들의 작은도서관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편이다.

                                      작은도서관 학부모들의 독서모임 모습

'책 읽는 도시' 장수 비결은 초등학생 때부터 책 읽기 '자양분'을 공급해야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작은도서관 관장들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독서모임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치고 있다.

원인은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이 턱없이 축소된 데다 그동안 시장들의 무관심이 한 요인이었다. 여기다 작은도서관장들의 시급한 처우개선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작은도서관 관장들은 임금을 받지 않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이러다 보니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애로점이 많다. 독서모임과 독서프로그램 개발 등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려면 이에 소요되는 운영비가 들어간다.

문제는 이런 운영비를 작은도서관 관장들이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가 작은도서관에 지원하는 예산 대부분은 거의 사서직원들의 임금 수준에 그친다. 도서관 운영비 마련이 관장의 개인 역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보니 도서관별 차등도 심하다.

작은도서관 관장들은 아이들을 '명품 시민'으로 길러내는 최일선의 '독서 첨병' 역할

관장들 상당수는 도서관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관장직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동안 도서관을 살리고자 투입한 시간과 열정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른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관장직을 맡는 형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김해시가 어떤 대안과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묻고자 장유대우작은도서관 김근화(49) 관장을 만나 들어봤다.

장유대우작은도서관은 2006년 2월16일에 개관한 김해시 제1호 도서관이다. 김 관장은 2017년부터 무보수 봉사직으로 6년째 관장직을 맡고 있다. 

                                  작은도서관 수학체험활동 장면

-작은도서관의 역할과 운영 실태는 

'지역공동체의 커뮤니티 공간'이란 테마에 걸맞게 주로 초등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도서관은 책을 읽는 장소라는 걸 알리는 데 비중을 둔다. 현재 작은도서관은 시 예산을 지원받는 곳은 38개소다. 비지원 작은도서관까지 합하면 대략 65개소에 이른다. 예산지원 작은도서관과 비지원 작은도서관은 운영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비지원 도서관은 해당 아파트 관리비에서 임금과 운영비를 충당한다. 대신 해당 아파트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작은도서관은 관장들이 임금을 받지 않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시 지원예산은 도서관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연간 3000만원 정도다. 문제는 이 예산 중 도서관 사서직원 임금을 빼고 나면 연간 240만원(월 20만원)정도 남는다. 월 20만원으로 도서관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인 데 도서관 활성화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독서모임이나 도서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려면 추가로 소요되는 재료비나 운영비를 전액 관장들이 마련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들이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금도 받지 않는 데 왜 관장직을 맡나

딱히 후임자도 없는 데다 장기간 도서관에 쏟아부은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미련이 남아 쉽게 손을 놓기가 어렵다. 관장을 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다. 중도에 지인의 권유로 관장을 맡았지만 초창기에는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 지금도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관장들 처우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관장들 상당수가 대가를 바라고 관장직을 맡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의 눈치도, 입주민들이 눈치도 살펴야 하는 관장들의 처우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관장들은 일선 통장들보다 못한 처지다. 관장들에게 활동비나 아니면 회의를 열어 최소한 회의수당이라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의를 할 경우 통장들은 회의수당을 받지만 관장들은 차 유류비조차도 못 받는다. 통장들처럼 회의비나 최소한의 회의수당이라도 지급해야 한다. 이런 실정인데도 시는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관장들에게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요구만 한다. 무보수 관장으로 때론 '자괴감'이 들 때도 잦다. '땔감(지원금)'은 주지 않고 도서관을 활성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규정상 활동비나 수당을 줄 수 없다면 적어도 시가 관장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용기를 북돋아 주는 따뜻한 위로나 격려의 말이라도 하는 게 맞다.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려면 

작은도서관이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야 한다. 운영비 지원 예산도 늘리고 도서관 예산 지원조례 제정이나 시장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시가 재정이나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요구해야 한다.
시는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라고 하지만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자원봉사자들을 구하기가 어렵다. 자원봉사자들이 시립도서관에서 봉사하면 식사비나 교통비도 지급받고 '스펙'이라도 쌓는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에서는 아예 순수 봉사로만 끝나는 데 누가 지원하겠나. 이런 실정을 시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작은도서관 벼룩시장의 한 장면

-개선할 점이 있다면

작은도서관별 줄세우기 평가는 개선해야 한다. 연간 300만원 이상 책을 구입하는 도서관에 한해서는 평가 점수에 따라 지원금으로 연 120만원에서 100만원 가량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 자체 운영비 조달조차도 어려운 형편에 무슨 비용으로 연 300만원 이상의 책을 산다는 말인가. 설령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추가로 소요될 운영비를 도서관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장유대우작은도서관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어떻게든 아이들을 도서관에 오게 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방학 때는 도서관에서 하루 1시간 이상 머무르는 날을 15일간 채우면 간식 쿠폰도 준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도자기 만드는 물레체험과 원예체험, 전래놀이 가야금, 북아트, 동화요리, 공예활동, 북스타트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년째 작은도서관과 함께 하는 '마을돌봄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하루 평균 80여명 이상은 꾸준하게 도서관을 찾고 있습니다.

김해시가 '도서관 활성화'와 '운영비 자체 충당'이란 '독서계' 최일선 '첨병'들인 작은도서관 관장들의 고민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김해=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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