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주의가 질식했다…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수많은 사람이 목숨 바치고 피 흘려서 만든 민주주의가 몇 달 사이에 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며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및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유신시대의 정치탄압으로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대전 유성문화원에서 열린 '민주 경청투어'에서 "군사정권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불안해지고 있다"며 "요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게 무섭다'고 하고, 압수수색 당하지 않을까, 세무조사 당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걱정을 했나"라고 했다.
이 대표의 충청 방문은 애초 민생 경제 현장에서 생생한 바닥 민심을 듣고 내년도 예산안과 당의 주요 입법 사항 등을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는 등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보고 대중을 향해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등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표의 발언에 앞서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프레젠테이션 화면까지 이용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소상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표도 이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을 이용해 죄가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너 고생 좀 해봐라'는 식으로 기소한다든지, 증거를 감추고 조작해 기소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처벌해야 한다"며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라 이런 경우엔 공소시효를 없애고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이 만만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전 방문에 앞서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요즘 '내가 이 얘기하다 잡혀가는 거 아닐까'라고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민주주의가 질식해 가고 우리 사회에 공포감이 젖어 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현 정부의 민생문제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그저 강자들이 횡포를 부리고 힘을 행세하도록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해 다수의 약자가 힘겨워하고 있다"며 정부의 '초부자감세' 기조 등을 비난했다.
이 대표는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는 불평등, 양극화 때문 아닌가"라며 "선진국은 세금을 덜 내고 많은 돈을 번 기업에 횡재세라는 세금까지 걷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왜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에 대한 세금만 깎아주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지금 정부는 오로지 다수 약자는 죽거나 말거나 힘세고 많이 가진 초대기업, 슈퍼리치들만을 위해 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번 충청 방문은 1박 2일 일정으로 짜였다. 14일에는 세종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충북에서 타운홀 미팅을 한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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