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팔아 장사”… 유족 두번 울린 與 ‘망언 릴레이’

김은빈 2022. 12. 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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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고(故)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성역없는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취재진에게 호소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10.29 참사와 관련한 여권의 ‘막말’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절규하며 국민의힘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기자회견에서 고(故) 이주영씨 부친인 이정민 부대표는 “국민의힘에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한다”며 “공문을 발송할 테니 최근의 막말이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세월호의 길을 가지 말라거나 이태원 유족의 슬픔과 아픔을 정쟁이라 표현하는 데 대해 깊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도움이 절실하고 힘도 없는 유족을 왜 자꾸 반정부 세력처럼 몰아가나”라고 개탄했다.

유가족의 절규에는 이유가 있다. 유족들을 향한 여당 인사들의 실언이 잇따른 탓이다.

與시의원 “나라 구하다 죽었냐”… 비판 커지자 공식 사과

국민의힘 소속 김미나(53·비례) 경남 창원시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등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유족이 나온 한 방송사 뉴스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저런 식의 생떼 작전은 애처롭기는커녕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으로 보인다”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 등 내용의 게시물도 올렸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김 의원은 계정을 삭제하고,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13일 제120회 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으로서 공인 신분임에도 부적절한 글을 개인 SNS에 올렸다”며 “잘못된 글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시민 여러분들, 유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의회 소속 45명 의원 일동도 이날 사과문을 내고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 분들께 큰 고통을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이날 김 의원을 도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권성동,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세월호처럼 횡령수단될 수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압사 사고 유가족들이 모인 유가족협의회가 10일을 기해 출범한다고 한다”면서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가서, 놀러 다니고 종북 교육에 사용했다”며 “시민대책회의에 속한 시민단체는 유가족 옆에서 정부를 압박하기 전에, 세월호를 악용한 시민단체의 방만한 폐습부터 어떻게 보완할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유가족 모욕’이라며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 의원의 망언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은 극우 유튜버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너무나 수준 낮은 망언이라 할 말을 잃었다”며 “왜곡된 시각으로 자국의 국민을 모욕하는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질타했다.

송언석, 음모론 제기… “마약 문제 있을 수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회의 단상에 올라 근거 없는 의혹을 꺼냈다. 송 의원은 지난 11일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에 골목만 있던 게 아니다.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압사 외에 다른 사고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발언이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터넷 뉴스라든지 유튜브 같은 데 보면 시신들 부분에 문제가 있다 해서, 혹시 마약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가 우려를 하는 내용들도 많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사 수사를 진행 중인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사고와 마약 연관성을 부인했다. 참사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 특수본은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 큰 자식 놀러가는 것 못 막고 왜 정부에 책임 떠넘기나”

10.29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 유가족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 분들, 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 되었나”라며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나”라고 비꼬았다.

“1일 1망언 그만”… 야권, 공식 사과 요구

야권은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를 멈추라고 요구하며 국민의힘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1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국민의힘이 쏟아내는 언어폭력에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아래서 일상화된 ‘1일 1망언’으로 괴롭고 힘든 것은 우리 국민이다. 권성동 의원과 해당 지방의원은 당장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온갖 망언이 난무한다. 마치 망언을 얼마나 패륜적으로 하느냐로 윤 대통령에 대한 향한 충성 경쟁을 하는 것 같다”며 “도저희 참을 수가 없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도 아까운 언행을 하는 ‘패륜의힘’은 그 입 다물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아무리 망언 원조 정당이라지만 더 이상의 금도를 넘는 망언은 국민의 분노만을 키우는 것임을 강하게 경고한다”며 “정의당은 더 이상의 망언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밝힌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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