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데…공공 물량 의무 할당 中企 역차별 우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2. 12. 1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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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사회적 경제 3법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완화. 2023년 세법 부문 주요 쟁점이다. 금융권은 물론 국민 시선도 집중됐다. 재테크 전략 방향성을 결정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창 논의가 진행됐어야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오히려 11월 24일부터 29일까지 휴업했다.

논의 중단 배경에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기본법 제정안’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 특별법’으로 구성된 사회적 경제 3법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경제재정소위 상정을 요구하며 조세소위 등 다른 기재위 일정 소화를 거부했다.

논란의 사회적 경제 3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또 비판의 목소리가 왜 나오는 것일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사진 왼쪽)과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사진 오른쪽)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대화하며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법에 무슨 내용 담겼나

▷2014년 첫 언급…총 11차례 발의

사회적 경제 3법 중 핵심 법안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다. 모법이자 다른 법의 근거법 역할을 한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처음 언급된 건 2014년이다. 이후 다양한 의원들을 통해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총 11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이 왜 필요하다는 걸까.

국내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 기업, 자활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 기업이 있다.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화,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을 포괄해 관리하는 법이 없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 자활 기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적용을 받을 뿐이다. 법안이 파편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사회적 경제 관련 하나로 통일된 모법이 필요하다는 게 법안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기본법 제정안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의 부수 법안 개념이다. 이 법의 골자는 ‘공공기관 경영 감독’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가치 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 공공기관이 빈부 격차 해소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작동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 특별법은 사회적 경제 기업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기업 제품 구매 촉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동시에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생산 재화·서비스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 구매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별법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일반 기업과 경쟁하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법안을 발의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건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세금으로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

▷공공기관 물량 연간 7조원 의무 할당

반대 측이 내세우는 논리는 뭘까.

이들이 문제 삼는 건 사회적 경제 기본법과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 특별법에 담겨 있는 ‘경제 지원’ 내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법 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경제 조직에 조세 감면 등 포괄적 지원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공공기관 물량 의무 할당 내용도 담겨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판로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이 물건·서비스를 구매할 때 전체 구매액의 10%를 사회적 기업에서 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총 구매액은 71조원. 이 중 사회적 기업에서 1조8000억원을 조달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기준 사회적 기업 조달 규모는 7조1000억원 수준으로 커진다.

이 지점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중소기업 역차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의무 할당으로 사회적 기업에 물량이 추가 배정되는 만큼, 중소기업의 공공 납품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사회적 경제 기업이라는 지위를 얻게 되면 판매 특권을 얻는 불공정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역차별 우려는 지난 정부에서도 사회적 경제 3법이 통과 못한 이유다. 문재인정부는 사회적 경제를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경제”라며 3법 제정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구매 목표제 도입으로 공정한 경쟁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법안 통과 시 급증할 조달 물량을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회적 경제 기업 조직 대부분은 종업원 규모가 5~10명 정도다. 이런 기업들이 기존 1조원대 물량에서 갑작스레 7조원대로 불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시민단체 특혜법’이라며 반발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회적 경제 3법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특혜 3법”이라며 “국고를 좌파 시민단체의 현금 인출기로 전락시키고 혈세로 운동권 카르텔을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안 수두룩…“논의 시점 부적절”

▷“무리한 발목 잡기, 정치적 악습”

당초 여야 의원들이 잠정적으로 정한 세제 개편안 심의 데드라인은 11월 30일이었다. 2023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12월 2일인 점을 고려한 합의안이었다. 세입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 관련 법안은 일찍 결론을 내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여야는 11월 21일부터 조세소위를 열고 주요 쟁점들을 논의했다. 다만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갈등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논의가 이어졌다면 잠정 데드라인인 11월 30일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세제 현안과 무관한 ‘사회적 경제 3법’의 상정을 요구하며 조세소위를 멈춰 세웠다. 조세소위는 11월 24일부터 29일까지 회의를 열지 못했다. 여당이 조건부 승인한 뒤에야 조세소위가 재개됐다. 조세소위는 잠정 데드라인을 이틀 넘긴 12월 2일에서야 6차 회의를 열고 세제 개편안의 전반적인 검토를 마쳤다. 다만 이마저도 금투세 유예, 법인세, 종부세 등 쟁점 법안들은 여야 의견 차이가 여전히 큰 상태다.

이 때문에 사회적 경제 3법 논의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논란을 ‘무리한 발목 잡기’라고 총평했다. 그는 “금투세 유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세제 개편안도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현안과 무관한 법안의 상정을 요구하는 건 정치적 악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8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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