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발명 이래 가장 큰 잠재력”…美, 핵융합 에너지 생산 성공
미국 과학자들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연구에서 획기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핵융합 발전을 통해 ‘순수 에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관련 성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과 같은 항성(스스로 빛을 내는 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발전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면서도 탄소 배출이나 방사능 오염 위험이 없는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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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에너지보다 20% 많은 에너지 생산"
파이낸셜타임스(F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과학자들은 최근 핵융합 실험에서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얻는 데 성공했다. 순 에너지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소모한 에너지보다 얻은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다. LLNL 내 핵융합 연구 시설인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진행된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2.1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2.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약 20%의 에너지 마진을 남긴 것이고, 0.4MJ의 순 에너지를 온전히 전력 생산에 쓸 수 있게 된다.
FT는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핵융합을 시도했지만, 아직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핵융합 발전으로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현재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핵분열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235와 같은 무거운 원자가 더 가벼운 원자로 쪼개지는 연쇄 반응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반면 핵융합은 수소 원자들이 더 무거운 원자로 합쳐지는 연쇄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 중심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와 유사해 핵분열 발전은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난공불락 핵융합 전력생산 첫발
LLNL 과학자들은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작은 연료 캡슐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수소 원자가 들어있는 캡슐 형태의 실험 장비 안에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해 고온의 기체 상태(플라즈마)를 만들어냈다. 이후 아주 짧은 파장의 엑스선이 생성됐으며, 이를 통해 캡슐 내부가 뜨겁게 가열되면서 핵융합이 가능한 조건이 이뤄졌다.
핵융합 전문가이자 플라스마 물리학자인 아서 터렐 박사는 “에너지 생성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이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투입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 씨름해온 수십 년간의 목표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은 컵 분량 수소로 한 가정 수백년 쓸 에너지 만들어
FT는 “핵융합은 이론적으로는 작은 컵 분량의 수소 연료만으로도 한 가정이 수백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이번 실험 성과가 크게 주목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의회 초당적 모임인 ‘핵융합 에너지 코커스’ 의장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핵융합 기술은 청정에너지의 ‘신성한 성배’”라며 “불 발명 이래 인류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줄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세계에서 가장 큰 레이저가 필요하고 실용화에 필요한 반응에 드는 자원의 규모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핵융합 반응을 전력망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WP는 “(핵융합 기술의) 상업적 사용까지는 최소 10년 어쩌면 수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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