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융합 Q&A] 값싼 '무한 청정 에너지' 시대 열리나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간) 핵융합 기술과 관련해 '중요한 과학적 돌파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래의 무한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실현이 앞당겨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은 앞서 12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 점화 시설'(NIF)에서 최근 이루어낸 '과학적 돌파구'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발표 내용은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을 연구해온 NIF가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하는 '점화'(ignition)에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어떤 방식의 핵융합에서든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은 연구에서 뛰어넘어야 할 중요한 이정표로 간주된다.
다음은 미국 연구진의 '점화' 달성 의미와 수십 년 전부터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핵융합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핵융합은 무엇인가.
▲ 핵융합은 태양과 별들에서 끊임없이 방출되는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열핵반응이다. 수소 원자의 원자핵이 융합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뀔 때 소량의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돼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때 줄어드는 소량의 질량은 아인슈타인 방정식(E=mc²·질량-에너지 등가)에 따라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핵융합에는 바닷물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중수소(기호 D·원자량 2)와 삼중수소(기호 T·원자량 3)가 사용되기 때문에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고, 핵융합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나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무한 청정에너지로 불린다.
-- 핵융합은 어떻게 일으키나.
▲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인 플라스마를 만들고 이를 든 이를 초고압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끼리 융합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재 주로 연구되고 있는 방식은 자기장을 이용하는 '자기 가둠 핵융합'(Magnetic Confine Fusion)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관성 가둠 핵융합'(Inertia Confinement Fusion)이 있다.
세계 각국이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위해 연구하고 있는 방식은 '토카막'(Tokamak)으로 대표되는 자기 가둠 핵융합 방식이다. 수소 플라스마를 토카막이라는 진공용기 속에 넣고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둔 후 온도를 1억℃ 이상으로 높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한국형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와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토카막 방식이다. ITER은 한국·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 등 7개국이 핵융합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과학 기술적으로 최종 실증하기 위해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이다.
관성 가둠 핵융합 방식 연구는 수소폭탄의 성능 검증을 실제 폭발실험 대신 연구시설에서 수행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수소폭탄 보유국에서 시작됐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들어 있는 BB탄 크기의 금속 구슬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 내부를 초고압 초고온 상태로 만들어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근본적으로 핵폭탄의 폭발력으로 수소폭탄 폭발을 유도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 NIF의 '과학적 돌파구'…'점화'(ignition)는.
▲ 핵융합 연구의 '과학적 돌파구'를 내놓는 NIF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이 참여해 1952년 설립된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인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관성 가둠 방식 핵융합 연구시설이다.
NIF는 1997년 착공돼 2009년 완공됐으며 건설에 35억 달러가 투입됐다.
이 시설은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압 초고온 상태를 만들기 위해 192개의 거대한 레이저를 갖추고 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든 BB탄 크기의 금속 구슬에 레이저를 쏴 온도를 3천만℃ 정도로 가열, 안에서 관성 가둠 핵융합을 일으킨다.
NIF는 그동안 이 방식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문제는 투입된 에너지에 비해 핵융합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도 핵융합 에너지 생산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발표했으나 막상 생산된 에너지의 양은 레이저 발생에 투입된 에너지의 70%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 발표될 '과학적 돌파구'는 NIF가 마침내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된 에너지의 양과 같거나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으로 생산했다는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으로 생산된 에너지가 투입 에너지를 능가하는 '점화' 단계를 넘어서면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핵융합 반응이 지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핵융합 연구에서는 중요한 이정표로 간주된다.
-- 이번 '과학적 돌파구'로 핵융합 발전 앞당겨질까.
▲ 이 물음에 대한 대부분 전문가의 대답은 '아니오'(No)다.
NIF의 관성 가둠 핵융합 '점화' 성공이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진전이며 관성 가둠 핵융합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는 이정표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을 핵융합 발전 조기 실현과 연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기술총괄 사무차장을 지낸 이경수 박사는 "NIF 연구진이 '점화'를 달성한 사실은 얼마 전부터 학계에 알려졌고 중요한 과학적 성과"라며 "하지만 이를 핵융합 발전에 이용하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매우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NIF의 레이저 효율이 너무 낮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레이저 생성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 중 극히 일부만이 실제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레이저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또 관성 가둠 핵융합으로 투입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NIF는 이를 상업적 발전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학적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에너지를 한번 공급하면 핵융합 반응이 지속해서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NIF 시설로는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도록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한 번에 BB탄 구슬 하나 안에서만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며 다음 구슬을 장전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는 하루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1초에 최소 여러 차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야 한다.
-- 핵융합 발전 언제쯤 가능할까.
▲ 이 질문은 학계에서는 '1조 달러짜리 질문'이라고 불린다.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핵융합이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농담처럼 핵융합 발전이 앞으로 30~40년 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1950~1960년대에는 1990년대에는 핵융합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그 시기는 이후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로 계속 늦춰져 왔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 실현을 위한 인류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핵융합에너지 실현의 주인공은 NIF의 관성 가둠 핵융합보다는 자기 가둠 방식의 ITER이 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경수 박사는 "ITER은 처음부터 연속 운전을 통한 핵융합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세계 각국이 협력해 추진한 미래 에너지 연구"라며 "NIF가 관성 가둠 핵융합의 '점화'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를 바로 상업 발전과 연결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 등 7개국이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공정률은 현재 77%를 넘어섰다.
ITER이 완공되고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는 10여 년간의 실험이 마무리되는 2035년께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시점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ITER이 완공 후 500㎿, 에너지 증폭률(Q) 10 이상(생산 에너지가 투입에너지의 10배 이상이라는 의미)으로 운전하는 실증실험에 성공하면 세계 각국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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