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오마이뉴스> 통일염원 글짓기 수상작 발표

조정훈 2022. 12. 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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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인 통일상에 백채원의 시 <고향, 가을, 어머니> , 서정시에 서사적 감성 불어넣는 능력 수준급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제5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오마이뉴스> 통일염원 글짓기대회 수상작을 발표합니다. 남과 북의 정세가 악화하면서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도 조금 멀어지지 않았나 우려할 만큼 작품 수가 예년에 비해 적었습니다. 그만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지 않을까 염려도 됐습니다.

하지만 적은 수의 작품에 비해 질적 수준은 훨씬 높았다는 게 심사위원의 평가였습니다. 대상작인 통일상을 두고 어느 작품을 선정해야 할지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작품을 응모해주신 청소년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2시 대구YMCA 청소년회관 백심홀(4층)에서 진행됩니다. 수상하신 학생들께서는 꼭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별도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에는 정만진 소설가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사평]

올해 통일 글짓기 대회는 참가 인원이 예년에 비해 많이 적었다. 그래서 심사를 앞두고 두 가지 걱정에 사로잡혔다. 첫째는 마음을 둔 곳으로 몸을 움직이게 마련인 존재가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한 걱정이었다. 응모 작품 수가 줄어든 것이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결과는 아닐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걱정은 실제도 그와 같은지, 아니면 현상만 그렇게 나타난 것인지 바로 확인되는 일이 아니므로 향후 몇 년간 추이를 지켜보아야 진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단위학교에서 통일 주제 글쓰기가 일정하게 실천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듯하여 민족 교육 차원에서 여러모로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이 활기차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두 번째 걱정은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봄바람에 잔설 녹듯이 사라졌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도 있지만, 수는 많지 않아도 격은 우수했다. 장원에 해당되는 통일상과 차상격인 평화상의 영광을 어느 작품에 줄 것인가 한참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결국 백채원의 시 <고향, 가을, 어머니>를 통일상 수상작으로 정했는데, 주제 부각에 어울리는 어휘를 적절히 선택해서 서정시에 미묘한 서사적 감성을 불어넣는 능력이 수준급이었다. 예를 하나만 들면, 시 첫머리 1연의 "촌할매들 펼쳐놓은 노전판에 / 가을이 따라와 같이 앉았다"식 표현은 글을 많이 써본 이력은 말해주지만 상대적으로 상투적이다. 그러나 2연으로 접어들면서 "가득 밤나무" 같은 독창성을 시작으로 3연의 "상한 밤은 / 가을산하고 내하고 노나 먹고 / 성하고 좋은 밤은 / 다람쥐하고 죽은 울 아부지하고 노나 잡숫고"에 이르러서는 금세 뛰어난 내공을 과시한다. 그 뒤로도 시가 대단원을 맞이할 때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수사력과 구성을 보여준다. 장황한 제목이 아쉬울 뿐이다. 지금까지 다른 글을 창작할 때에도 <고향, 가을, 어머니> 형태의 제목을 선호해 왔다면 취향을 바꿀 고민이 필요하다.

통일상을 겨루었던 박현정의 산문 <'70년간 사격 자세' 할아버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는 날은...>은 백마고지에서 전사한 병사의 사실주의적 사연을 앞뒤에 배치한 뒤 그 가운데에 관념적 통일론을 넣어 독자의 지루함과 식상함을 덜어주고, 마지막 부분에 그 이전까지 서술한 내용과 결이 다른 외할머니 이야기를 넣어 환기와 반전을 꾀한 구성능력이 돋보였다. 다듬어진 주제의식과 적절한 비유 구사력도 글을 쓸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음을 증언했다. 다만 <고향, 가을, 어머니>와 엇비슷한 제목 취향을 보여준 것은 큰 단점이었다. 굳이 변명을 한다면 시가 아니고 산문이라서 <고향, 가을, 어머니>보다 더 길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는데, 그래서는 낭패이다. 제목은 글 전체의 얼굴이다. 글의 주제와 분위기를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으로 잘 담아내는 제목 붙이기는 독자에 대한 작가의 예의이자 자작 글의 가치를 높이고 낮추는 중요 관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통일상을 겨루었던 또 다른 작품에 박성빈의 시 <말에도 그늘진다>가 있다.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고, 시를 쓴 본인이 아주 멋진 표현이라고 자부하는 시구로 여겨지기도 하는 "말에도 그늘이 지는 줄 처음 알았다"를 시의 앞부분과 마지막에 교묘히 깔아 글 전체의 구성과 논리성을 살려내는 솜씨가 남달랐다. 이산 부부의 사연만으로 내용을 채웠더라면 눈길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시가 되었을 텐데, 그 수준을 뛰어넘은 결과는 창작자의 능력을 말해주는 근거로 인정할 만했다. 그러나 아쉬운 바는 '말에도 그늘이 진다'를 제목으로 삼은 점이다. 마음에 드는 표현이라도 버릴 때는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기이하게도 이번 통일 글짓기 응모작에는 긴 제목이 아주 많다. 중학생 응모작 가운데 가장 우수한 수준을 보여준 김연재의 산문 <자유를, 사랑을, 고향을 찾아 용기를 낸 할아버지>와, 초등학생 글 중 예를 드는 능력이 남달랐던 이유진의 산문 <오늘 밤 나의 기도는 '통일이 되게 해 주세요'>도 예외가 아니었다.

잘 쓴 글들이지만 적절하지 못한 제목이 그 가치를 반쯤 격하시켜 버렸다. 게다가 김연재와 이유진의 제목은 독자가 글을 읽기도 전에 본문의 내용 또는 구성을 짐작하게 만들어버린다. 좋은 구성과 훌륭한 표현력을 갖춘 글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감동을 이끌어낸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김연재의 글을 우수상, 이유진의 글을 평화상에 뽑는다.

글쓰기 주제로 삼기에는 통일을 어려운 분야로 생각하는지 중학생과 초등학생 응모작이 수도 적고 수준도 높지 않다. 통일에 대한 그릇된 인식 탓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통일 이야기를 쓰면 된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쓴 글이 실제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내년에는 소탈하게 접근한 통일 글들이 쏟아져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정만진(소설가)

◆통일상
   백채원(석적고) 시 <고향, 가을, 어머니>

◆평화상
   박현정(망포고) 산문 <'70년간 사격 자세' 할아버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는 날은...>
   박성빈(홈스쿨링) 시 <말에도 그늘진다>
   이유진(삼송초) 산문 <오늘 밤 나의 기도는 '통일이 되게 해 주세요'>

◆우수상
   김호연(병점고) 산문 <지난 추석, 할머니와의 추억>
   김연재(보라중) 산문 <자유를, 사랑을, 고향을 찾아 용기를 낸 할아버지>
   서이든(외간초) 산문 <보고 싶은 내 친구 판문점에게>

◆장려상
   백승준(삼송초) 산문 <내 친구는 탈북민>
   박율(외간초) 산문 <통일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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