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망원경, 태아별에서 '생명의 기원' 찾았다

김봉수 2022. 12.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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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등 국제공동연구팀, 복합유기분자 확인
성간구름에서 태어나고 있는 원시별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의해 관측된 얼음 분자 스펙트럼. 다양한 유기분자의 흡수선이 관측되었다. 이미지의 가운데 파란색 동그라미가 태아별 IRAS15398-3359가 두꺼운 물질에 묻혀있는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그림 = 서울대 제공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대ㆍ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관측 결과를 이용해 태아별에서 생명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유기 분자를 찾아냈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이정은 물리천문학부 교수, 김재영 천문연 박사 등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JWST에 장착된 중적외선 분광기(MIRI)를 이용해 CORINOS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성과를 얻었다. 이 프로젝트의 과제는 태아별 주변부에 있는 얼음 상태의 물질 중에서 유기분자들이 얼마나 많이, 어떤 조성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우리 태양계와 비슷한 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명의 기원이 되는 유기분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여 행성에 포함되는지, 즉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탐구하는게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팀은 매우 어린 태아별 4개에서 얼음 상태의 분자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IRAS15398-3359'가 지난 5월 첫 번째 탐사 대상으로 관측됐다. 구로부터 약 500광년 떨어진 'Lupus I' 이라는 암흑분자구름 중심에서 막 태어나기 시작한 태아별이다. 이 결과 연구팀은 태아별 주위에서 처음으로 복합 유기분자인 H2CO, CH3OH, HCOOH, C2H5OH를 얼음 상태에서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전에 관측된 물(H2O),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와 같은 단순한 얼음분자와는 달리 유기분자의 얼음은 양이 매우 적어서, 이전 관측 장비로는 검출이 어려웠다. 뛰어난 집광력을 가진 JWST의 고성능 분광기를 이용해 얼음 상태에 있는 이런 유기분자들의 미약한 흡수선을 관측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거대 전파간섭계 망원경, 알마(ALMA)로 관측된 기체상태 유기분자의 스펙트럼과 이번에 JWST로 관측된 얼음상태의 유기분자 스펙트럼을 결합 종합적으로 연구한다면 우주 먼지 표면에서 일어나는 유기분자의 화학반응과 진화 과정 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인류는 현재 이 궁극적인 질문에 답을 얻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JWST를 이용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준의 분해능과 감도로 태양계의 형성 초기와 비슷한 별탄생 영역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고, 하야부샤 2와 같은 탐사선으로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샘플을 직접 수거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메탄올이나 에탄올과 같은 유기분자가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유기분자가 어디에서 어떤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20여 년 전부터, 별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그리고 태양계 내의 천체인 혜성에서도 유기분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런 유기분자는 우주 먼지의 표면에서 얼음 상태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유지분자는 모두 기체 상태로 관측되었다. 별이 형성되는 곳의 얼음 상태의 유기분자를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관측 장비가 충분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음 상태의 분자는 적외선을 방출하는 천체의 빛을 흡수해 진동에너지로 사용한다.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흡수 스펙트럼을 관측해 얼음 상태로 있는 분자의 종류와 양을 연구할 수 있다. 과거에도 스피처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나 AKARI 적외선 우주망원경에 의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H2O, CO, CO2, CH4와 같은 얼음 분자의 흡수 스펙트럼은 관측이 되었다.

하지만 유기분자 얼음은 양이 매우 적어서, 검출하기 위해서는 집광력이 좋은 큰 망원경과 성능이 매우 우수한 분광기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인류역사상 최초의 관측시스템인 JWST 덕분에 이번 발견이 가능했다. JWST는 이전의 적외선 우주망원경에 비해 감도가 100배나 높고 분해능도 10배 가까이 우수하다. 기체 상태의 유기분자가 관측된 태아별 바로 인접한 곳까지 분해해서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음 상태에서 일어나는 화학 연구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있다.

CORINOS 프로젝트는 이번 관측으로 5~28 마이크론 영역의 중적외선 스펙트럼에서 간단한 얼음분자인 CO2, H2O, CH4와 유기분자인 H2CO, CH3OH, HCOOH을 매우 뚜렷하게 검출했다. 약하긴 하지만 C2H5OH 와 CH3CHO도 분명하게 검출했다. 이와 더불어 중성분자인 H2, CO, H2O의 방출스펙트럼과 이온 상태의 원자인 Ne+ 와 Fe+ 의 방출스펙트럼도 검출하였는데, 이것은 태아별이 분출하는 물질과 주변 성간물질이 상호작용을 강하게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중적외선 카메라로 얻어진 영상에서도 잘 포착됐다.

연구팀은 내년 봄 나머지 3개 태아별에 대한 관측을 진행한다. 동시에 이정은 교수가 유럽과 미국 천문학자들과 공동으로 구성하고 있는 다른 연구 프로그램인 'ALMA Cycle 9 Large Program'인 COMPASS도 이번에 JWST로 관측된 IRAS15398-3359을 포함해 11개의 태아별에 대해 기체 상태의 유기분자 서베이를 2023년 상반기에 수행할 것이다.

서울대는 "JWST로 관측되는 얼음 상태의 유기분자와 ALMA로 관측되는 기체 상태의 유기분자의 성분과 함량의 결합은 유기분자가 어떻게 형성되어 별 탄생 과정 동안 어떤 진화를 겪게 되는지 이해하는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라며 "이정은 교수가 이끌고 있는 한국팀은 두 프로젝트에서 관측자료의 분석과 더불어 이론적 화학모델 계산을 수행하여 관측결과 해석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12일자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에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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