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기업이 잘 되길 정말 원한다면

신범수 2022. 12. 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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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말에는 오류가 없다.

기업 특히 대기업만 잘 사는 나라는 만들지 말자는 의견 역시 반박하기 어렵다.

그나마 들리는 목소리도 주로 대기업 입장에서 '부작용'을 부각하는 쪽에 방점을 찍는다.

그런데 국가 경제를 위해 발전시켜야 할 기업은 대기업뿐인가 아니면 중소기업도 함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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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말에는 오류가 없다. 기업 특히 대기업만 잘 사는 나라는 만들지 말자는 의견 역시 반박하기 어렵다. 주로 전자(前者)의 가치에 집중하는 집단은 후자(後者)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편협된 생각에 (때로는 의도적으로) 빠지기 쉬운데 보수언론, 그 중에서도 경제신문들이 대체로 그런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세간의 시선이 화물연대 파업에 집중된 사이 중요한 법 하나가 국회를 조용히 통과했다. 납품단가연동제, 중소기업들이 14년 간 도입을 주장해온(보수언론과 대기업들이 14년 간 반대해온) 이 법은 두 기업이 납품 계약을 맺은 이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그것을 반영해 납품가를 올려주라고 정한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납품 기업, 대개 중소기업이 원가 상승 부담을 감수해왔다.

이런 변화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주장 모두 논리와 명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법의 국회 통과가 그리 큰 뉴스로 다뤄지지 않은 건 앞서 언급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그나마 들리는 목소리도 주로 대기업 입장에서 ‘부작용’을 부각하는 쪽에 방점을 찍는다. 대·중기 동반성장이나 상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는 별개로, 이런 가치에 집중하는 집단은 반기업적, 반국가적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물론 이 법에도 허점은 있다. 위탁·수탁기업이 합의하면 원재료 가격을 납품가에 연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조항은 법 취지를 무력화 할 수 있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임에도 위탁기업이 소기업이거나 납품 대금이 1억원 이하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기업 간 거래뿐 아니라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계약에도 이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주장은 명문화 되지 않았다.

반대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납품가도 인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기업들의 요구도 합리적이다. 이런 ‘감액청구’를 위법으로 규정한 하도급법과 충돌하므로 납품단가 연동에 합의했다면 감액청구가 가능하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원가가 높아지면 납품가가 자동으로 올라가니, 중소기업 입장에선 생산비 절감 혁신에 나설 유인이 줄어든다.

이렇듯 앞으로 논의는 제도를 보다 튼튼하고 세련되게 다듬는 일에 모아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계약자유의 원칙’이나 ‘자유시장 왜곡’과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이나 현대차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비슷한 개념의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법이 지향하는 상생이라는 가치가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굳건한 중소기업 생태계가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도 초일류 대기업들의 혁신 덕분이란 평가도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정부나 시민사회가 제약할 우려가 생길 때, ‘기업이 잘 돼야’라는 명제에 기대면 상대편을 비판할 논리를 세우기 쉽다. 그리고 우리는 기업 편에서 사고하는 데 익숙하며 그것이 자유나 경쟁, 효율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와 부합하다는 생각은 여러모로 편리한 삶의 태도가 된다. 그런데 국가 경제를 위해 발전시켜야 할 기업은 대기업뿐인가 아니면 중소기업도 함께인가. 이것은 우문(愚問)임에도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한 쪽에 분명히 설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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