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숨는다더니, 또 숨었다...몰락한 암호화폐 거물 '테라·루나' 권도형 [뉴스속인물]

박상우 2022. 12. 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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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 ⓒ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국내 피해자만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 테라·루나 급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또 한 번 체류지를 옮겼다. 이번엔 세르비아다.


앞서 권 대표는 "절대 숨지 않겠다"고 말하며 도피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체류지를 바꿔가며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다. 이런 가운데 권 대표의 체류지가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커지고 있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권 대표는 지난달 세르비아로 체류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세르비아 정부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 대표의 여권이 이미 무효화 돼 공식 입출국 기록이 없는 만큼, 세르비아를 떠나 인접 국가로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수사 당국은 세르비아에 권 대표의 특별한 조력자가 있는지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C '크립토 트레이더'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출연한 모습ⓒ테라 유튜브

대원외고→스탠퍼드대학 컴퓨터 천재?
SNS로 투자자와 소통하며 '한국판 머스크' 별명도
코인 가격 일주일 만에 99% 급락, 시가총액 50조 증발
결국 피해자들에게 고소당해

1991년생으로 올해 만 30세인 권 대표는 한 때 암호화폐 시장의 거물로 통했다. 그는 올해에만 무려 15억 달러(한화 약 1조85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았다.


권 대표는 한국의 대원외고 졸업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원외고 재학 시절 '하빈저'라는 영자신문을 만들어 해외명문대학교 입시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이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2015년 와이파이 공유서비스 애니파이를 개발했다. 이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8년에는 소셜커머스 티몬의 신현성 창업자와 테라폼랩스를 설립하고 가격 변동이 크지 않도록 설계한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내놨다. 테라는 점점 몸집이 커져 공급량 기준 시가총액이 한때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기에 들어서면서 루나는 마케팅 없이 큰 인지도를 확보했고, 루나 코인 지지자를 칭하는 '루나틱(Lunatic)'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권 대표는 소셜네트워크(SNS) 트위터를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하곤 했는데, 이런 모습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닮았다며 '한국판 머스크'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난 5월 테라와 루나가 동반 하락하면서 권 대표의 입지는 달라졌다. 권 대표는 "테라가 2년 안에 최대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급락 사태로 그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테라·루나 두 코인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99% 폭락했고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업비트나 바이낸스 등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상장폐지됐다.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된 것.


급락 사태로 인한 국내 피해자만 무려 28만명에 달하며 피해액은 77조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이에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특가법상 사기 및 유사 수신 혐의로 고소했다.


코인 전문매체 코이니지와 인터뷰하는 권도형 CEOⓒ코이니지 유튜브

테라·루나 급락 사태 터지기 직전 출국
'먹튀' 의혹에 도주 "숨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 세르비아까지, 왜?

앞서 지난 4월 권 대표는 테라·루나 급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에 검찰은 권 대표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 중인 것으로 보고 공소시효를 정지한 상태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도 검찰의 요청에 따라 권 대표에게 적색 수배를 발령했다. 적색 수배는 수배자를 검거 후 송환하는 최고등급 수배다.


그러나 권 대표는 '먹튀'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작년 12월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또 그는 "나는 숨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라며 "산책하거나 쇼핑몰에도 간다"며 도주설을 부인해왔다. 지난 10월에는 암호화폐 팟캐스트 '언체인드'에 출연해 "소재를 밝히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안전이 위협 받는 상황이 너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종적을 감췄던 권 대표는 지난 9월 초 두바이를 통해 제3국으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 조사 결과 권 대표는 최근 동유럽 세르비아로 이동해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체류 시작 시점은 여권 효력이 정지된 지난 10월 중순 이전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권 대표의 세르비아행이 가상화폐와 연관돼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세르비아는 가상화폐에 대한 현금화가 쉬운데다 가상화폐 자동출입금기(ATM)까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대표는 세르비아 체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은 범죄인 인도가 원활치 않을 경우, 불법 체류자 신분인 권 대표를 세르비아에서 강제 추방해 국내로 송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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