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듣고 싶은 것만 듣는 투자자에게

이선애 2022. 12. 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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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역사는 너무 이른 정책 완화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일이 끝날 때까지 (통화 긴축) 과정을 계속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이같이 말한 이후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도 바로 반등했다.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기대감에 환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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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역사는 너무 이른 정책 완화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일이 끝날 때까지 (통화 긴축) 과정을 계속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이같이 말한 이후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도 바로 반등했다.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기대감에 환호한 것이다.

다만 듣고 싶은 내용만 골라 듣는 투자자들이 함정에 빠질 만한 위험 요인을 간과한 모습이다. 파월 의장이 과잉 긴축을 우려하며 긴축 속도 조절론을 꺼냈지만, 긴축을 멈추겠다고는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한 만큼 기준금리가 다다를 정점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앞서 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도 그는 똑같이 말했다. 금리 자체는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4.00% 수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Fed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고, 우리는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Fed의 정책 전환(피벗) 기대에도 선을 그었다. 결국 내년에도 Fed의 긴축은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당분간 통화 긴축의 브레이크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서 고민할 대목은 내년에 긴축 사이클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높아진 금리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여부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자세는 ‘경계’가 맞다. 보수적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 최소한 증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긴축 사이클의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맞다. 그런데도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금리 하락을 미리 선반영하면서 ‘속도 조절론’에 반응을 하고 있다.

내년 증시의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경기 침체다. 긴축 사이클이 이어질 상황에서 경기 침체 변수에도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증시 저점을 더 낮춰 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도 않은 물가·금리 하락 호재는 주가에 이미 반영됐는데, 경기 침체란 악재까지 덮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폭의 조정을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쌓고 있다. 자금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생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모습이 뚜렷하다. 국내 주요 기업의 절반이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경색이 심해 내년 투자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이 무의미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심화와 국내 성장 모멘텀 부재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9%에 그치며 본격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듣고 싶은 내용에만 귀를 기울인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절대 평안하지 않은 한 해가 예상된다. 특히 경기 침체 경고음을 무시해서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금리 속도 조절론 등에 따른 ‘반짝 랠리’에만 환호하지 말고 한걸음 물러서서 시장을 다시 뜯어보는 게 현명하다. ‘시장을 이기는 종목은 없다’는 오랜 증시 격언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때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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