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1년 내내 꺼지고 끼이고 숨 막히고

2022. 12. 1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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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들이 순직했고 광주 고층아파트 외벽이 통째 무너졌다.

잇따른 양주 채석장 붕괴로 업체 대표는 중대재해 1호 사고로 입건됐다.

비범죄성 사고 위험에 대해 법경제학은 '주의(注意)' 이론에 집중한다.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나 판교 환풍기 붕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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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들이 순직했고 광주 고층아파트 외벽이 통째 무너졌다. 잇따른 양주 채석장 붕괴로 업체 대표는 중대재해 1호 사고로 입건됐다. 산업재해로만 매월 60명가량이나 사망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비극, 대구 지하철 화재와 세월호 참사에도 화재, 충돌, 끼임, 폭발, 추락, 오염, 수몰 같은 위험이 늘비하다. 울리히 벡 교수는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한국을 묘사했었다. 선진국형 위험이 증가했으나 후진국형도 많다고 봤다.

지난 10년. 안전사고의 총수는 비슷했으나 두 종류의 대형 참사는 늘었다. 대형 화재는 매해 7~8건이다가 2018∼2021년엔 평균 17건으로(소방청 통계연보), 사회재난은 2014년부터 3년간 평균 12건에서 2018∼2020년엔 24건으로 급증했다(재난연감). 교통과 산업안전의 국제 비교도 암울하다. 인구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0년 33개국 중 8위였다(국제교통포럼). 조사국 수가 최다였던 2015년 근로자당 산재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2개국 중 3위였고(국제노동기구) 현재도 38개국에서 5위권이다(고용노동부).

안전 최우선이라는 5월 국정 목표가 빛바랬다. 비범죄성 사고 위험에 대해 법경제학은 ‘주의(注意)’ 이론에 집중한다. 8월 물난리는 침수 대책 부족 탓이 컸고, 군중 운집과 관련된 정부의 부주의로 10월 이태원 참사의 확률과 피해가 증폭됐다고 상정한다. 사고 총비용은 ‘사고 피해와 주의 비용’의 합계다. 전자의 비극을 줄이려 주의를 높이면 후자가 증가한다. 이 상충 관계 속에서 최적의 주의 수준을 모색한다. 현재 한국에서 천문학적 사고 총비용을 유발하는 과소주의의 원인을 좁혀 보자.

우선 ‘미흡한 법제도’다. 손해배상은 사후 책임을 묻는 민사법 수단이다. 사전 규제는 가해자의 피소 확률이나 배상 능력이 낮을 때 유익하다. 그런데 정작 피해 산정과 과실 판별의 법제는 미비했다. 위험의 야비한 외주화도 가능케 했다. 책임 추궁이 엉성하니 가해자들은 주의를 낮췄다. ‘일탈적 법집행’도 과소주의를 불렀다. 전시성 규제들에 장단 맞추듯 관리자들의 태만과 부작위가 만연한다. 툭하면 일손 부족 탓이다. 심지어 광주 외벽 붕괴 이전에는 위험 호소 민원만 이미 300건이었다. 이쯤 되면 비리 외에 설명이 힘들다.

모르거나 알 수 없는 신종 위험인 ‘검은 백조’도 위협이다. 코로나, 수소 폭발, 싱크홀이 그러했다. 집단으로 암 환자를 발생시킨 전북 익산 비료공장 사건도 비슷한 부류다. 검은 백조들의 탐사와 주의 선도는 국가 몫이다. 나아가 ‘인지적 편향’이 안전불감을 들쑤셨다. 위험은 제한된 합리성에서 인식되기 일쑤다. 익숙하지 않으면 저평가한다. 혹은 발생 확률을 얕보거나 통제 능력을 과신한다.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나 판교 환풍기 붕괴가 그렇다. 이태원에서는 공복들의 설마가 그날 최악이었다.

환골탈태하며 재해-단계-주체별 최적 주의시스템을 구축하자. 안전 투자, 실시간 위험 빅데이터 공유, 첨단 방화벽 구축은 오롯이 재난, IT, 의료 전문가들에게 맡기자. 또 잘못에 비례하는 책임이 중요하다. 형벌만능주의는 “감옥엔 누굴 보내지?”와 “율사와 전관의 비용은?”을 작금 산재 쪽의 주 고민거리로 만들었다. 합리적 예방의 획정과 그 이행 여부의 신속한 판별에 주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불이행은 대개 돈을 아끼려는 꼼수니 금전적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자. 엄중한 배상과 산재보험요율과의 연동 강화에 더해 행정제재들을 실효성 있게 부과하고 은폐와 비리 같은 죄책은 필히 벌하자. 이상 민(民) 얘기다. 관(官) 특히 고위 공복들에겐 ‘큰 권한에 큰 책임’ 상식의 복원이 먼저다. 책임질 자들의 버티기가 참 고약하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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