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가짜 뉴스와 공모자들

지호일 2022. 12. 13. 04: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 의원의 추가 답변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의 저술가 리 매킨타이어는 저서 '포스트트루스(Post-truth)'에서 가짜 뉴스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든 이익을 위해서든 영향력을 위해서든 고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려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이 틀에서 보면 청담동 술자리는 가짜 뉴스의 전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호일 사회부장


“제가 그걸 왜 사과를 해야 됩니까?”(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면 제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갔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말씀이 없으세요?”(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 의원의 추가 답변은 나오지 않는다. 지난달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에 적힌 기록이다. 그 한 달 전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불쑥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을 꺼냈다. 한 장관이 지난 7월 19~20일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고 노래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폭발력 있었겠지만….

경찰 수사를 통해 해당 의혹은 소설에 가까운 지어낸 이야기로 판명나고 있다. 사건 시발점인 첼리스트가 “전 연인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하기에 앞서 경찰은 등장인물들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정보와 현장조사 등을 거쳐 당일 자정 훨씬 이전 첼리스트 일행이 술집을 떠났으며, 문제의 지하 1층 라이브 바는 애초 수십명이 들어갈 규모가 못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혹의 밑동부터 깨진 것이다.

이 자극적 의혹은 사실 조금만 따져보면 허점투성이였다. 통상의 언론이라면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차단되거나 보강 취재 지시가 내려갔을 터다. 그런데도 오랜 기자 생활을 한 김 의원은 지라시 수준의 내용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고, 외곽에서 대기하던 유튜브 채널 더탐사는 신호에 맞춰 확대 재생산에 들어갔다.

왜 그랬을까. 우선 현 정권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가 팩트를 압도한 결과라고 본다. ‘술자리가 있었을 수 있다’에서 ‘있었다고 믿는다’로, 다시 ‘있어야만 한다’로의 전개. “팩트가 무슨 상관이야! 필요한 건 스토리라고!”(켄 키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런 살벌한 적의는 더탐사의 채용 공고에서도 드러난다. 웹디자이너를 모집하면서 ‘윤·한 등이 때려죽어도 싫으신 분’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 정도다. 이는 청담동 의혹 제기가 출발부터 목적성을 띠었다는 고백 아니던가.

미국의 저술가 리 매킨타이어는 저서 ‘포스트트루스(Post-truth)’에서 가짜 뉴스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든 이익을 위해서든 영향력을 위해서든 고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려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이 틀에서 보면 청담동 술자리는 가짜 뉴스의 전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의혹 생산자들에게 돌아갈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유튜브 채널은 영상 조회 수가 곧 수익과 연결되는 구조다. 비례대표 배지를 물려받은 김 의원은 지지층에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당대표를 에워싼 검찰의 포위를 뚫기 위해 적장(한 장관)을 향해 돌진하는 호위무사 이미지 만한 게 있을까. 2년 뒤의 총선 공천을 머릿속에 그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공통의 이해가 ‘협업’을 성사시켰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기꺼이 가짜 뉴스 공급자 노릇을 하는 건,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준비가 돼 있는 확증편향의 렌즈를 낀 ‘묻지마 지지자들’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청담동 의혹만 해도 여전히 사실로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사악한 경찰의 편향된 수사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런 확신이 있으니 자기 진영에 불리한 이슈에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 하거나, 새로운 정치적 공세 빌미가 필요할 때 스스럼없이 지지층의 호수에 낚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과는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우리 공동체와 정치가 책임지지 않는 가짜 뉴스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밑바닥까지 끌려 내려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이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책 ‘만들어진 진실’의 저자 헥터 맥도널드는 말한다. “정치가나 기업가, 선거 운동가처럼 ‘말’로 먹고사는 사람은 자신이 뱉은 말의 ‘진실성’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