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성큼 다가온 메타버스 시대… 가상 오피스서 현실 업무 본다

2022. 12. 13. 04: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최근 자주 들리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했으니 메타버스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메타버스 시대에 알맞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며, 메타버스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돼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막상 메타버스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똑 부러지게 답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대체 메타버스가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까.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은 두 가지 영어 단어가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졌다.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가상 우주’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는 닐 스티븐슨이라는 소설가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를 출간했는데 그 안에서 주인공이 활약하는 가상 세계를 메타버스라고 불렀다.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한국계 혼혈인으로, 현실 세계에서 피자 배달부로 일하지만 메타버스 안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해커로 활약한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세상, 컴퓨터로 만든 또 다른 가상현실 세계를 우리는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메타버스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 이유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월드가 2021년 10월 전 세계 2억명이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오픈한 서비스. 롯데월드

이미 현대 산업사회는 메타버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IT나 게임업계에 한정돼 있던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제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려는 걸로 보인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관련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2800억 달러(약 369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다.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탐험과 개척, 개발을 통해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넓혀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가상 세계로의 확장에는 한계가 없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가정해 보자. 현실에선 편지나 전화, 영상통화 등의 방법 이외에는 상심을 달랠 길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메타버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서로 시간 약속만 정하면 언제든 두 사람이 가상 세상 속에서 만나 함께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나란히 마주 앉아 과제를 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가상 세계에서 타인과 교류하고, 더 나아가 함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이처럼 가상 세계에 접속하려면 나름의 형식이 필요한데, 거기에 따라 메타버스는 크게 4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현실 공간에 가상의 2D 또는 3D 물체가 겹쳐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말한다. 흔히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앞으로 눈에 쓰는 착용형 안경 등으로 자연스러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애완동물을 기르거나 가상의 아바타 친구와 함께 사는 일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다. 일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전송해 다양한 가상 사회 구현에 사용하는 걸 말한다.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서비스, 나이키의 ‘NIKE+’ 서비스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를 꾸밀 때 라이프로깅 방식으로 수집한 현실 정보는 생생한 가상현실 구현의 밑거름이 된다.

세 번째로 거울 세계(Mirror Worlds) 방식이다. 현실 속 정보를 가상 공간에서 보여주는 형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구글 어스(Google Earth)’ 등을 꼽을 수 있다. 구글 어스에 보이는 정보는 분명 지구 전체를 촬영한 현실의 정보지만, 이 서비스를 컴퓨터 속에서 이용할 때는 마치 가상 공간에서 활용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다.

마지막 네 번째가 가상 세계(Virtual World) 방식이다.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만든 다음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가상 세계에 접속해 들어가는 여러 서비스를 체감하는 방식이다. 안경형 가상현실(VR) 장비 등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현실감 있는 가상 세계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라고 하면 주로 네 번째 방식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넓은 의미에서 이 같은 네 가지 연결 방식 모두 메타버스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상 공간의 이점, 현실 사회도 바꿀 것

그렇다면 이런 메타버스는 어떻게 쓰일까. 첫 번째 목적은 사회관계망, 즉 사람들이 모여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교류의 공간이다. 우리나라 기업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제페토’ 등의 서비스가 유명하다. 서로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기본이며 콘서트나 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상 화폐를 통한 재화의 거래도 이뤄진다. 메타버스 내에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까지 있다. 이렇게 번 돈은 실제로 가치가 있다. 현실 속 진짜 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는 게임 분야를 빼놓기 어렵다. 유명한 마인크래프트, 동물의 숲 등이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게임이다.

기업들은 특수 목적의 메타버스를 개발해 활용한다. 가상 공간이 현실 업무에 줄 수 있는 이점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메타버스 공간으로 출근해 일하는 가상 오피스를 구현한다면 재택근무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 세상 속에 현실과 똑같은 객체를 만들어 활용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로 산업계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가상 실험, 가상 수술 등 다양한 장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에 초대형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네옴(NEOM) 프로젝트’도 디지털 트윈이 핵심 기술이다. 건설에 필요한 각 부품의 설계도를 만든 다음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성능 및 문제점, 개선 사항 등을 테스트한 후 설계를 수정 보완해 부품을 찍어낼 계획이다.

메타버스 시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실에 등을 돌린 채 그 속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생겨날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메타버스 역시 하나의 ‘사회’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메타버스 속 세상의 주역들이 현실 사회를 등지며 살아갈 거라고 애써 단정 지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미래는 메타버스와 현실이 어우러진 새로운 세상이 될 거라는 것. 그 사실만큼은 이제 ‘명백한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과학저술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