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인터뷰 “지금 초등생이 대학갈 땐 수능 없을 것”

이도경,박상은 2022. 12. 13. 00: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전에 준비한 답변 자료를 인터뷰 내내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다. 어떤 사안이든 머릿속에 있는 듯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수업에서 시작한 대화를 고교학점제와 대입·교원 정책 같은 교육 정책들로 이어갔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교육 정책을 관장한 뒤 ‘한층 노련해져 돌아온’ 그를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만났다. 그는 암기식, 입시 위주 교육만큼은 꼭 바꾸겠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교실 혁신을 자주 언급한다. 학교 수업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초등 저학년과 영유아 단계부터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게 중요하다. 배우는 즐거움을 많이 경험하게 해줘야 좋은 학습자로 큰다. 앞으로는 평생 학습자의 시대다. 서울대 들어가면 놀아도 좋은 직업이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계속 배우는 사람을 못 당한다. 계속 배우려면 본인의 의지와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실은 반대다. 어릴 때부터 좋은 학원 보내려고 영어 단어 외우게 하는 등 배움의 즐거움보다 괴로움을 먼저 알게 하고 있다.”

-입시 위주, 암기식 교육이 문제인가.

“현재 영유아와 초등 아이들이 지금의 수능을 그대로 치는 것, 그런 상황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 현 교육부 장관으로서 (대입은) ‘미세조정’할 수밖에 없지만 수능은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보고, 또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공교육의 변화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영유아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어린아이들이 대학 갈 때는 수능이 없을 거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공교육 변화는.

“학교를 살리는 것, 학교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건 (수능이 아니라) 수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수시가 계속 팽창하다 지난 정부에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큰 방향은 아이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수업 중심 교육을 하는 것이다. (수시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아이들에게 학습 본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교육으로 돌아와야 한다. 암기식, 수능식 입시로 매몰되는 건 아이들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배움의 즐거움이 정착하지 못한 이유가 입시제도 때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교실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교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더 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식을 학습할 때 암기 중심이 아니라 개념 중심으로 가야 한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지식을 다뤄야 할지 의문인데 3학년 이상으로 가면 수학도 영어도 나온다. 이런 수업도 배우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개념 중심으로 자기주도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잘 이끌어내는 프로젝트 학습이라든지, 아이들이 수업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교사에게도 큰 도전일 것이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교사 역할은.

“교대와 사대를 없애고 로스쿨 방식의 교원전문대학원을 만들자는 것도 교사들이 그런 연구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계속 바뀐다. MZ세대와 지금 어린 세대는 또 다르다. 달라지는 아이들에게 맞춰 흥미를 가진 아이들을 키워나가는 환경을 교사가 디자인해야 한다. 지금 대부분 교사는 본인이 암기해서 교사가 된다. ‘임용고시’ 같은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통해 교사가 되는데,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현장에 투입됐을 때 우리가 의도했던 놀이 중심, 아이들에게 자기주도 역량을 키워주는 그런 교실이 된다.”

-부총리가 그리는 수업 모습은.

“초등 1~3학년은 몰라도 4학년 정도 되면 에듀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지식은 (개인) 디바이스로 (습득)하고 교사는 뒤로 빠진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인공지능(AI) 튜터다. 아이들 수준이 다르므로 AI가 수준에 맞는 걸 틀어준다. 심지어 한 수업에서 공부하는 과목이 다를 수 있다. 한 아이가 수학을 잘하면 다른 아이들이 수학을 할 때 영어를 할 수도 있다. 교사는 지식 전달보다 사회·정서적인 부분을 멘토링해준다. 지금 이런 식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지난 정부가 짜놓은 고교학점제 문제가 많다. 교사의 변화가 빠져 있다. 교사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걸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전교조가 두려운 건지, 그분들과 얘기해보면 그분들도 원하는 변화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성취평가제다. 분명 어떤 학교는 A학점이 20% 나오고 어떤 학교는 5% 나올 텐데 그 이유를 교사가 학부모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을 2년 동안 연수시켜 2025년부터 한다고 했으니까 2025년부터 모든 고교가 모든 과목에서 교사들이 책임지고 A~E등급 성취평가를 할 수 있는 트레이닝이 돼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당시 성취평가제를 들여오려고 했었다. 정권 말기여서 다 엎어졌다.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정권 초기이므로 지금부터 준비해서 전면 실시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본다.”

-사교육 잡을 수 있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정부에서 사교육을 잡은 핵심은 방과후학교였다. 사교육비가 계속 느는 건 돌봄만이 아니라 방과 후에 코딩이든 수영이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 욕구를 못 채워줬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는 학교 교육과 돌봄, 방과후학교 3각 체계로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돌봄도 하고, 필요하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맞춤형·미래형 교육을 할 것이다. 성취평가를 통해 아이들이 협력하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창의성과 인성을 평가하면 사교육비는 줄어든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박상은 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