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키워드는 '생존'"…넷플릭스에 치이고 제작비에 허리 휘는 K-OTT

오수연 2022. 12. 1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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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산업의 현재와 지속 성장 과제' 토론회 개최
'국내 OTT 산업의 현재와 지속 성장 과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2022년 키워드가 성장이라면, 2023년은 생존이다."

콘텐츠 제작비가 나날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OTT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투자 주머니를 졸라매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OTT 업계에서는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12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OTT포럼은 '국내 OTT 산업의 현재와 지속 성장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제작비가 앞으로 미디어 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관건"이라면서 국내 OTT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유 소장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계속 늘리면서 매년 제작비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 굉장히 낮다"며 "해외도 영업이익이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다. 국내 OTT는 지난해보다 적자가 더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트렌드가 오리지널 콘텐츠 쪽으로 가기 때문에 OTT 투자를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주요 OTT 사업자들은 제작비 증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내년도 OTT 업계 키워드를 '생존'으로 꼽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올해 2000억원 정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했다. 올해는 성장하기 위해 행동했는데, 모두 비용이다"라며 "2021년에는 700억원 적자였고, 올해는 그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다. 내년은 더 암담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K-OTT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도움이 시급하다"며 "그간 간접적인 자율등급제 등으로 운영에 도움을 줬다면, 세제 혜택 지원 규모 상향과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콘텐츠 투자 펀드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OTT는 막대한 콘텐츠 수급 비용을 부담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티빙은 매출 1315억원에 영업손실 762억원, 콘텐츠웨이브는 매출 2301억원에 영업손실 558억원을 기록했다. 웨이브는 영업비용 286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1452억원이 CP정산료다. 티빙의 경우 영업비용 2978억원에 콘텐츠사용원가가 707억원, 지급수수료가 405억원이다.

나날이 증가하는 콘텐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이제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은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수리남'의 경우 JTBC 계열사에서 제작했는데 편당 제작비가 55억원이다.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면서 "제작비가 오른 만큼 퀄리티가 상승했고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 제작비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임 담당은 "과거엔 5000만 인구 시장에 맞는 규모의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이제는 글로벌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며 "산업 진흥을 위해 코트라(KOTRA)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지원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콘텐츠 규모의 경제 실현을 돕기 위해 해외 진출을 외교적으로 지원하거나, 유통망 구축을 돕거나, 세액 공제를 확대는 등 현지화 전략과 통상, 외교 전략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내 OTT와 글로벌 OTT의 상황에 맞는 섬세한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글로벌 OTT를 향한 규제가 성장 단계인 국내 OTT를 향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창작자가 지식재산권(IP)을 넘기더라도 방송사나 극장, OTT 등에 수익에 비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 그 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예를 들며 추가보상청구권을 얘기하는데, K-OTT 입장에서는 모든 OTT 서비스에 청구권을 적용한다는 말로 들린다"며 "매출액 구조로 선을 그은 유럽 사례처럼 어떤 방식이든 글로벌 OTT와 K-OTT를 구분하고, 여기에 걸맞은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에서도 국내 OTT 업계의 생존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이동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진흥기획과장은 "업계에서 가장 촉구했던 콘텐츠 세액 공제 인상이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 내년에 처음으로 OTT 콘텐츠도 세액공제가 되다 보니 기획재정부에서 첫술에 배가 부르겠느냐며,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라며 "하위 법령에서 비용공제 요건 등을 기재부와 함께 완화해 실질적으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기획과장은 "미디어 규제 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이나, 현재까지 답보 상태인 현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른 시일 내 통합법제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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