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 닫은 北…내세울 건 군인 '동원'한 건설 분야 뿐?
북한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군인들을 동원해 추진한 건설사업을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건설 분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3년째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북한이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분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자 1면 기사에서 "2022년은 건설의 최전성기를 펼친 의의 깊은 해"라고 평가하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구체적인 사례로 평양 송화거리 1만호 주택건설, 대규모 채소 재배지인 연포온실농장, 어랑천발전소 준공 등을 꼽았다.
건설 부문의 성과를 강조한 배경을 놓고 외교가에선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도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식량 문제까지 불거진 북한의 입장에선 건설분야가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민생 분야라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 매체들은 연말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치적 선전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면 핵·미사일 등 군사 분야 외에는 대부분 건설에 집중돼있다.
지난 9일 공개된 대외선전용 월간지 '조선' 12월호는 김 위원장의 치적을 화보 형식으로 정리했다. 주요 성과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를 특별 소식으로 다뤘다. 김 위원장이 주재한 각종 회의와 강습회, 코로나 극복 선언, 송화거리 준공식, 보통강변 다락식 주택지구 완공, 연포온실농장 준공식 등이 비중 있게 소개됐다.
또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대남·대외용 출판물을 담당하는 평양출판사는 지난 2일 '불가항력'이란 제목의 책자를 발간했는데, 98쪽 분량은 책자는 "(김정은이) 부국강병의 대업을 자기의 시간표대로 주춤 없이 실현해나가며 새로운 승리와 기적을 탄생시켰다"는 것으로 채워졌다. 북한은 여기서도 평양 송화거리, 보통강변 다락식 주택지구, 연포온실농장 등의 건설 업적을 크게 부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북제재와 코로나, 자연재해 등 '3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한해 의도적으로 군병력을 건설 분야에 집중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 경제계획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은 시멘트 생산목표를 800만t이라고 밝힌 것이 유일하다"며 "이는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면서 자력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설 부문에서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도 "건설·국방은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속에서도 내부 자원을 동원해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김정은이 지난해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 내세운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의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전원회의에서 일종의 출구전략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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