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자성어' 21년의 역사…2022년은 과이불개

한승곤 2022. 12.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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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첫 시작…당시 사자성어 '오리무중'
각종 정책, 정치권 비판으로 사회적 화두 던져
2020년 '내로남불' 세태 꼬집은 '아시타비' 진보-보수층 논란도
교수들은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한 해가 끝나가는 세밑 무렵이면 어김없이,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문학을 비롯한 관련 전공 교수들의 추천, 사전 조사, 설문 등 3단계를 거쳐 확정한다. 세태를 꼬집는 기획이다 보니 논쟁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담론과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2001년 11월, 교수신문 편집회의에서 누군가 "우리도 한 해를 정리하는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 제안은 참석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여기서 '우리도'라고 언급한 것은 일본이 우리보다 한 해 앞서인 2000년 한 해를 '한자(漢字)' 한 글자로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대 편집국장을 지낸 당시 교수신문 편집주간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2010년 12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형식을 따라하기보다, 대중들이 사자성어에 익숙하니, 그런 형식으로 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갈등이 치유되고 '태평성대' 같은 말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자성어 선정 절차는 특정 교수의 입김이나 누구의 주관적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 선정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관련 학자들로부터 사자성어를 추천받는다. 이후 교수신문 논설위원, 편집기획위원 등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거쳐 후보를 추리고, 마지막 단계인 설문조사를 한다.

그렇게 2001년 첫 올해의 사자성어는 '오리무중'이 선정됐다.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 암울한 국제 정세, 계약제와 연봉제가 가져온 신분 불안 등의 상황을 표현하는 의미로 선정했다고 한다. 당시 교수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실패한 교육정책으로 사립학교법 개정 폐기, 두뇌한국 21, 계약제·연봉제 도입, 모집단위 광역화, 국립대 발전계획안 등을 꼽았다. 이어 2002년에는 '이합집산'이 선정,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02년의 상황을 이합집산이란 사자성어로 꼬집었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수도 이전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했던 2004년은 '당동벌이'가 선정됐다. 당동벌이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의 사람끼리 한패가 되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정치권의 속칭 '패거리 정치'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엔 '내로남불' 세태를 지적한 '아시타비(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2021년엔 '묘서동처(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가 선정된 바 있다.

'아시타비' 선정 당시 설문에 참여한 한 교수는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한 줄이다.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예체능·40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사회·60대) 라고 말하는 등 '아시타비' 선정을 둘러싼 진보-보수 지지층들 사이에 크고 작은 논쟁이 일어난 바 있다.

2022년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이 설문에 응했다. 과이불개는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이었다. 이어 '욕개미창'은 137표(14.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과이불개'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가 추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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