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임종석, 尹은 장제원·김대기...UAE에 비서실장만 가는 이유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일종의 ‘외교 공식’이 하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통령 특사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는 것이다. 시기도 비슷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부가 출범한 첫해 연말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윤석열 대통령도 11일~14일간 김대기 비서실장을 UAE에 보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전 UAE 대통령이 서거할 때도 장제원 전 당선인 비서실장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UAE에는 왜 ‘권력의 2인자’라 불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이어 특사로 가는 걸까.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김대기 비서실장의 파견 이유는 다르다”고 말했다.
“임종석과 김대기 가는 이유 달라”
임 전 실장의 경우 당시 ‘레바논 파병 장병 격려’가 UAE 방문의 표면적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는 이명박 정부와 UAE가 맺은 군사협약에서 터져나온 불협화음 해결이 주된 목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지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기 시작해 서둘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UAE와의 관계를 ‘특별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며 문제를 매듭지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논란을 의식한 듯 “김대기 실장의 경우 국방·외교 비서관이 아닌 산업비서관만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방문의 주요 목적이 군사 협력이 아닌 원전과 에너지 등 경제협력이란 뜻이다.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도 “UAE는 왕정국가라 대통령과 직속 소통라인을 선호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특사의 급이 비서실장으로 올라간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방문이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방한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제2의 중동 붐’ 프로젝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전 및 방산 수출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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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신권에 그려진 한국 원전, 중동 붐 노리나
UAE에서 한국 원전은 단순한 경제 협력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UAE 중앙은행은 지난 4일 최고액 지폐인 1000디르함(약 35만원)의 새로운 도안을 공개했다.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가 그려져 있다. UAE 중앙은행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UAE의 또 다른 국제적 성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와 한국 수출 기업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의 방문은 UAE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식에 참석했던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락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환담하며 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UAE 방문을 초청받았다. 칼둔 청장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김 실장도 UAE방문 기간 칼둔 청장과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인데, 향후 윤 대통령의 UAE 방문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정지 작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은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에너지와 수출 위기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국제 파트너”라며 “김 실장의 방문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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