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도 괴물같은 레오

김효경 2022. 12. 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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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아포짓 스파이커 레오. 사진 한국배구연맹

10년이 지나도 괴물 같은 힘은 여전하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2·쿠바·등록명 레오)가 V리그 코트를 호령하고 있다.

레오는 1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 1세트에서 블로킹 3개, 서브득점 3개, 후위공격 7개를 기록했다. V리그에선 한 경기에 세 부문 3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에게 트리플크라운(상금 100만원)을 시상한다. V리그 역사상 1세트에서 달성한 건 2017~18시즌 대한항공 밋챠 가스파리니 이후 두 번째다.

레오는 1세트 팀 전체 득점 25점 중 19점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상대팀 사령탑인 권영민 감독도 "에이스로서 공격이 올라올 때마다 때리고, 서브도 좋았다"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OK금융그룹은 3라운드 첫 경기를 잡아내면서 3위(7승6패·승점21)로 올라섰다.

OK금융그룹 아포짓 스파이커 레오. 사진 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득점 1위(365점)도 레오다. 공격종합 성공률(53.42%)은 한국전력 타이스(54.84%)에 이은 2위다. 서브득점도 세트당 1개씩 기록해 1위를 달리고 있다. 레오는 "연속 득점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시즌 전부터 서브 연습을 많이 했다. 지난해 선을 많이 밟았기 때문에 고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레오는 누구보다 많이 뛰고, 많이 때리지만 지치지 않는다. 사실 10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도 그랬다. 큰 키(2m6㎝)에 비해 체중은 83㎏ 정도 밖에 나가지 않았던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부쩍 성장했다. 그 결과, 2012~13시즌부터 3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월급 10달러를 받던 레오는 코리안 드림을 이룬 뒤 중국, 터키, 중동에서 활약하며 배구 선수로서 꽃을 피웠다.

지난 시즌 트라이아웃을 통해 한국 무대로 돌아온 레오에겐 물음표도 달렸다. 30대가 됐고, 체중은 100㎏을 넘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렀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팀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석진욱 감독은 재계약을 결정한 뒤, 레오에게 "비시즌 동안 운동을 잘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11일 안산 한국전력전에서 트리플크라운을 수상한 레오와 그를 축하하며 세리머니를 함께 하는 OK금융그룹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레오 스스로도 "어렸을 땐 노는 걸 좋아했다"고 말할 정도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자기 관리에 신경을 쓴다. 지난 시즌보다 체중을 7㎏ 이상 줄였다. 레오도 올 시즌 경기력이 나아진 이유로 체중을 꼽았다. 레오는 "지난 시즌엔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무거운 체중으로 경기를 했다. 올해는 식단을 조절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신경쓰고 있다. 내가 공을 많이 때리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날카롭고, 무뚝뚝했던 성격도 달라졌다.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고, 웜업존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도 한다. 삼성화재 시절 동료였던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도, 라이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리버맨 아가메즈(현 우리카드)도 "레오가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석진욱 감독은 "레오의 아내에게 밥이라도 사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여름 결혼식을 올린 아내가 한국에서 레오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 다니엘라(6)가 늘 경기장을 찾아 응원한다. 레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어머니도 곧 쿠바에서 입국할 예정이다. 함께 있진 않지만, 운동화엔 아들 안투안의 이름을 새겼다. 레오는 "아내가 있으면서 나를 많이 챙겨준다. 딸과 아내가 있어 안정감이 든다. 내겐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오(오른쪽)와 아내, 그리고 딸 다니엘라. 안산=김효경 기자

레오는 16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리는 KB손해보험전에서 대기록에 도전한다. V리그 사상 첫 4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이다. 레오는 "기록보다는 경기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경기를 잘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거다. 기록을 세우든, 못 세우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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