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독서로 재미와 즐거움을 찾고 싶다면
[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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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의 <나중에> |
ⓒ 황금가지 |
11월 독서 이력을 보니 에세이가 대부분이다. 에세이를 읽으며 이야기와 작가에 공감하기도 하고, 내 삶에 참고할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다.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할 때도 있었고, 위안받을 때도 있었다. 이런 독서가 이어지다 보니 어느덧 '재미'만을 위한 독서, 성장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한 독서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다. 소설 읽기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갈급함이 찾아왔다. 이런 때에 발견한 책이 스티븐 킹의 <나중에>이다.
유령과 대화하는 주인공
스티븐 킹은 공포의 제왕,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3억 5천 부 이상 판매됐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넘어선 세계적인 작가다. 소설 <7년의 밤>, <완전한 행복>의 정유정 작가도 스티븐 킹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작가로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많이 제작되었다.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과 같은 걸출한 작품들이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나중에>를 읽으면서 왜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작가인지 언 듯 이해가 되었다.
첫째, 글로 묘사한 스펙터클을 영상으로 재현하면 더 효과가 클 것 같다. 악의 외양을 묘사한 장면이나 시각적으로 표현했을 때 더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보였다. 둘째, 할리우드 영화는 유령, 악령이 등장하는 이야기,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이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왔다. 셋째,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부패한 경찰, 악인이 설치한 폭발물, 납치와 같은 소재들. <나중에> 역시 이미 루시 리우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 중이라고 한다.
주인공 제이미는 죽은 사람 즉 유령을 볼 수 있다.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데 이때 유령은 제이미에게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은 넘보지 못하는 비범한 재주를 가진 셈인데 정작 제이미는 이 신묘한 능력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대신에 주위 사람들이 이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한다. 어머니, 어머니의 친구 리즈가 그들인데 어머니는 최소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 아들의 능력을 활용해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켜 세운다.
가혹한 운명이 장난을 걸어오면 어느 길을 택하든 똑같은 곳에 다다르게 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생각이 바뀐다고 하지만 이 생각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잘 들어. 사람들이 믿지 않으면 다행인 거야. 하지만 언젠가는 네 말을 믿는 사람이 생길지 몰라. 그러다가 네 이야기가 잘못 흘러가면 실제로 네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
러닝타임을 확장시키는 책
글을 읽는 장소, 시간, 독자의 마음 상태와 같이 독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지만 잘 읽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구분된다. 어떤 책은 읽어 나가다가 앞 문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책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한다. 반면에 어떤 책은 어떤 노력 없이 글자를 눈으로 좇기만 해도 어느덧 수십 페이지가 넘어가 있다. 책을 이처럼 거칠게 읽기 어려운 책, 잘 읽히는 책으로 나눈다면 <나중에>는 분명 후자이다. 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책을 실용적인 목적으로 읽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재미와 즐거움과 같은 감정적 경험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할리우드 영화는 2시간이라 아쉽다고 느끼는 독자들은 책 읽는 내내로 러닝타임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를 읽는 동안 그동안 봤던 할리우드 영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되살아 나는 경험을 하는 것은 덤이다. 책 내용을 따라가며 상상하느라 두뇌는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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