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처럼 환호 터진 임윤찬의 첫 리사이틀

장지영 2022. 12. 1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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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인 18세의 나이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첫 리사이틀은 대중이 그의 음악 세계로 깊이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사이틀은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으로 열렸다.

하지만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첫 리사이틀 무대에서 장대한 서사를 지닌 리스트를 선택했다.

임윤찬은 지난해 국내 리사이틀 투어와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선택해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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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전부터 문전성시
평소 좋아하는 곡으로 구성
기번스, 바흐, 리스트 곡 연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리사이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이날 임윤찬의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목프로덕션 제공


지난 6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인 18세의 나이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첫 리사이틀은 대중이 그의 음악 세계로 깊이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사이틀은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으로 열렸다. 하지만 콩쿠르 연주곡을 선보이는 대신 임윤찬이 평소 좋아하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바로 올랜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를 시작으로 바흐 ‘신포니아’, 리스트 ‘두 개의 전설’과 ‘단테 소나타’다.

이번 콘서트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글렌 굴드와 프란츠 리스트에 대한 임윤찬의 사랑이다.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는 고전을 자신만의 파격적인 해석으로 연주해 20세기 후반 클래식계를 뒤흔들었다. 임윤찬은 평소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글렌 굴드를 주저 없이 꼽곤 했는데,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와 ‘신포니아’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곡 모두 굴드에게 중요한 작품인 데다 임윤찬이 15개 곡으로 이뤄진 ‘신포니아’를 기존 순서 대신 굴드가 연주했던 순서를 따랐기 때문이다.

또 헝가리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19세기 서양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리스트는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쇼팽과 함께 피아노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후대엔 쇼팽보다는 덜 연주된다. 특히 젊은 연주자들은 쇼팽을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소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첫 리사이틀 무대에서 장대한 서사를 지닌 리스트를 선택했다. 임윤찬은 지난해 국내 리사이틀 투어와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선택해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날 임윤찬의 공연은 전석 매진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공연 한 시간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1부 무대에 등장한 임윤찬은 관객에게 인사한 뒤 피아노 앞에 앉아 첫 곡인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를 시작했다. 6분여의 짧은 곡으로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이어 들려준 ‘신포니아’는 각기 다른 조성의 15곡이 이어진 작품으로 미묘한 변화가 특징이다. 다만 바흐가 아들의 음악 교육을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보니 클래식에 익숙지 않은 관객에겐 다소 지루하게 들릴 수 있다. 실제로 이날 1부 공연에선 조느라 팜플렛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이어졌다.

반면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과 ‘단테 소나타’로 이어진 2부는 드라마틱한 음악과 임윤찬의 폭발적 연주가 어우러져 관객을 숨도 못 쉴 만큼 사로잡았다. 특히 연옥에 갇힌 인간들이 느끼는 분노, 고통, 슬픔, 희망 등을 담은 ‘단테 소나타’는 임윤찬이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반복해 읽었다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뛰어난 기량의 피아니스트답게 어려운 곡을 쓰기로 유명했던 리스트는 그동안 화려함과 허세로 가득 찼다는 폄하를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임윤찬은 이날 탁월한 연주로 리스트의 작품이 가진 깊이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려줬다.

임윤찬의 마지막 타건과 함께 관객 대부분이 일어나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임윤찬은 아이돌 콘서트장 못지않은 환호성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객석을 향해 수차례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어 앙코르곡으로 바흐 ‘시칠리아’와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들려줬다. 상당수의 관객이 임윤찬의 세 번째 앙코르곡을 기대하며 박수를 보냈지만, 콘서트홀의 불이 켜지자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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