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복수다'…佛 상대 4강 전의 불태우는 모로코

김현정 2022. 12.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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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꼽는다면 '아프리카의 돌풍' 모로코의 4강 진출을 빠뜨릴 수 없다.

모로코는 모로코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한 데 이어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올랐다.

모로코는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숙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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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20세기 초 스페인·프랑스에 식민 지배 당해
16강에서 스페인 상대해 이긴 후 4강에서 프랑스와 만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모로코 대 스페인 경기가 끝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모로코 축구 팬들이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꼽는다면 '아프리카의 돌풍' 모로코의 4강 진출을 빠뜨릴 수 없다.

모로코는 모로코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한 데 이어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올랐다. 이처럼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로코이지만 다음 경기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4강 경기는 자신들을 식민지배했던 숙적 프랑스와 만나는 '복수의 결전'이기 때문이다. 모로코와 프랑스가 맞붙는 4강전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모로코는 스페인, 프랑스에 44년 동안 식민 지배를 당한 아픔이 있다. 아프리카의 북서부 끝, 지중해의 남서쪽에 위치한 모로코는 북쪽으로 스페인, 동쪽으로 알제리, 남쪽으로는 모리타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보니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스페인과 매우 밀접하다. 스페인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중세시대에는 레콘키스타(Reconquista), 즉 이베리아반도에서 가톨릭 왕국들이 이슬람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벌인 국토 수복 활동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후로도 지속해서 스페인과 충돌해왔다.

스페인은 1860년 테투안 전투에서 모로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 불평등 조약인 '와드라스 조약'을 맺고 본격적인 개입을 시작했다. 1900년 스페인은 프랑스와 함께 모로코를 나눠서 차지하기로 했지만 경계는 정하지 않았다. 이후 1902년과 1904년 경계를 정했다가 급기야 1912년에는 두 나라가 모로코를 완전히 자신들의 보호령으로 만들었다.

스페인은 모로코에 강압 통치를 하면서 고급 철을 마구 채굴하는 등 막대한 수탈을 행했다. 이에 모로코 베르베르족은 리프 공화국을 수립했으나, 지배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독립운동은 결국 1921년~1926년 벌어진 리프전쟁으로 이어졌는데, 당시 스페인-프랑스군은 수십만 대군을 동원하고 탱크, 전투기는 물론 독가스까지 사용해가며 강경 진압해 모로코의 피해가 컸다.

모로코의 독립은 이로부터 30년이 더 지난 1956년에야 실현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많은 모로코인은 아직도 스페인과 프랑스를 자신들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모로코는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숙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모로코의 스페인 상대 전적은 1무 2패라, 16강전은 스페인과 맞대결에서 얻은 첫 승리라는 큰 의미도 함께 지닌다.

무니르라는 이름의 모로코 축구 팬은 AP통신에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을 이겼고 이제 프랑스를 물리쳐야 한다. 이들은 항상 우리의 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 팬 루브나 탈렙은 스페인전 이후 뉴욕타임스에 "식민지배의 상처를 치유해준 모로코 대표팀에 영원히 고마워할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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