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물, 마지막 황금 장갑…'굿바이 이대호'
은퇴 선수로는 최초 수상
개인 7번째, 득표율 93.3%
"40대 베테랑 편견 깨트려 다행"
이대호(40)가 선수 자격으로 참석한 마지막 공식 행사에서 또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에는 "편견과 싸워 이겼다"는 기쁨과 감동이 담겨있었다.
이대호는 지난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개인 7번째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았다. 총 유효표 313표 중 292표를 얻어(득표율 93.3%) 2018년 이후 4년 만에 수상했다. 추신수(SSG 랜더스·4.5%)와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 1.6%) 등 경쟁자를 가볍게 제쳤다. 이대호는 "이번 골든글러브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라며 뿌듯해했다.
이대호는 올해 눈물이 유난히 많았다. 은퇴 투어나 은퇴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이날 시상식 전에 "눈물이 너무 많아졌다. 오늘은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다짐은 무너졌다.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눈물을 글썽였고, 목소리가 떨렸다. 시상식 직후 다시 만난 그는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이다. 야구장에서 정말 강했다. 후배들에게도 무서운 선배였다"라며 "눈물이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라며 웃었다. "남성 호르몬을 좀 더 맞아야 하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에게 의미 있는 날이었다. 선수 자격으로 마지막 공식 석상에서 참석했고, 이날 10개 부문 중 가장 마지막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대호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 이 부문 기록은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었다.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2015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을 때 나이가 39세 3개월 20일이었다. 이대호는 40세 5개월 18일로 이 기록을 1년 2개월 경신했다. 또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골든글러브를 받고 곧바로 퇴장한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앞서 '예고 은퇴'를 한 이승엽과 박용택도 은퇴 시즌 빈손으로 떠났다.
이대호에게는 훈장과도 같은 기록이다. 그는 "베테랑으로 야구를 하려면 편견과 싸워야 한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했다.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2018년 타율 0.333 37홈런 125타점을 기록한 뒤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최근 3년(2019~21년) 연속 3할 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타율도 4할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정확도와 장타력이 모두 감소했다. 이대호에게도 '전성기를 지나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시즌 이대호의 성적은 142경기에서 타율 0.331(4위) 23홈런(공동 5위) 101타점(4위)이었다. '현역 최고령 선수'의 기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다. 이대호는 "마흔이 넘어서도 안 다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모습을 꼭 증명하고 싶었다. 마지막에 정말 멋있게 은퇴하며 물러나고 싶었다.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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