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백년 전쟁에서 엇갈린 지루-케인
케인, 두 번째 PK서 실축
케인 "평상 안고 가야 할 짐"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2연속 월드컵 챔피언을 향해 나아갔다. 스트라이커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프랑스는 1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2018년 러시아 대회 챔피언인 프랑스는 이탈리아(1934·1938년) 브라질(1958·1962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할 발판을 만들었다. 반면 1966년 이후 56년 만에 정상을 노린 잉글랜드는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이 매치업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FIFA 랭킹 4위(프랑스) 5위(잉글랜드)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8강 대진 중 유일하게 유럽 국가 간 대결이었다. 영토 분쟁으로 116년 동안 휴전과 전쟁을 반복한 두 나라의 역사도 맞물려 있었다.
프랑스는 전반 초반 잉글랜드의 공세를 막아낸 뒤 먼저 골을 넣었다. 전반 16분 페널티 아크 앞에서 앙투안 그리즈만의 패스를 받은 '2000년생 신성' 오렐리앙 추아메니가 오른발 기습 슈팅으로 잉글랜드 골문을 열었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프랑스는 후반 6분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든 부카요 사카를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골을 넣었던 추아메니의 태클이 깊었다. 잉글랜드 키커로 나선 해리 케인(29)은 침착하게 골문 왼쪽 구석을 노려 득점을 해냈다. 1-1 동점. A매치 53번째 골을 넣은 케인은 웨인 루니(현 DC 유나이티드 감독)과 함께 잉글랜드 선수 대표팀 최다 골 타이기록을 세웠다.
팽팽하던 승부는 스트라이커의 발끝에서 결과가 갈렸다. 프랑스는 후반 32분, 그리즈만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원톱으로 나선 올리비에 지루(36)가 수비수 3명과의 공중볼 경합을 이겨내며 헤더로 마무리했다.
프랑스는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대표팀 주전 골잡이인 카림 벤제마가 이탈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신한 베테랑 지루가 조별리그에서 2골, 폴란드와의 16강에서 1골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난적 잉글랜드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킬러 본능'을 보여줬다.
반면 케인은 고개를 숙였다. 후반 35분,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했던 잉글랜드 메이슨 마운트가 프랑스 풀백 테오 에르난데스에게 밀려 넘어졌고,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앞서 동점 골을 넣은 케인이 다시 한번 키커로 나섰다. 잉글랜드를 벼랑 끝에서 구해내고, A매치 최다 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케인의 발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 한참 위로 떠오르고 말았다. 유럽 리그 최고 골게터인 케인도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남은 시간 잉글랜드의 공세를 실점 없이 막아냈고, '축구 전쟁'을 승리로 장식했다. 1966·1982년 대회 조별예선에서는 잉글랜드에 패했지만, 월드컵에서의 3번째 맞대결에서는 승리를 거뒀다.
실축한 케인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소속팀(토트넘 홋스퍼) 동료이자 프랑스 주전 골키퍼인 위고 요리스가 그를 위로했다. 케인의 소속팀 토트넘 구단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케인은 "페널티킥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원하는 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 생겼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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