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치인 사면 늘릴 듯…광복절 특사때와 분위기 달라진 이유

박태인 2022. 12. 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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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 격려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여야 주요 정치인을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11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연말 사면엔 국민 화합과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광복절 특사와 달리 여야 정치인의 사면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면 대상으론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 기소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여권 인사뿐 아니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야권 정치인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사면 시기는 MB의 형집행정지 기한이 만료되는 28일 전이 유력하다. 오는 20일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상자를 심사하고 22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거나, 그 다음주인 27일 국무회의 직후 명단을 발표하는 일정이 거론된다.


지지율 상승 속 “국민 분열 심각” 우려


대통령실이 화합을 내세우며 정치인 사면을 고려하는 배경엔 ‘국민적 분열’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경제만큼이나 국민 갈등도 심각하다”며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과거 정치적 사건을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대법원에서 징역2년을 확정 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7월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수감 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연말 사면엔 단순한 ‘화합’을 넘어 여러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먼저 윤 대통령 지지율의 추세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넷째 주 조사에선 30%를 기록한 뒤 9일 발표된 12월 둘째 주 조사에선 33%로 올라섰다. 다른 조사에서도 30% 중후반대를 기록하며 40%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8월 정치인을 배제한 광복절 특사 당시 갤럽기준 지지율이 24%(8월 첫째 주)까지 떨어졌을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의미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윤 대통령은 당시도 정치인 사면에 열려 있었지만, 여론을 무시할 순 없었다”고 했다. 4개월 전과 달리 최근 상승 추세인 만큼 사면권 행사에도 자신감이 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과 원칙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이라면서도 “강경 일변도만으로 국정을 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의 약점 중 하나는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인데, 사면 등 국민 화합 조치는 부정적 여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40%에 근접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재오 “MB는 담담히 기다릴 것”


여권에선 이번 정치인 사면이 TK(대구·경북) 등 윤 대통령의 ‘집토끼’를 더 결집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의 이미지를 씻어낼 기회라는 것이다. 연말 사면 대상에 오른 여권 인사들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했던 국정농단 의혹 당사자들이다.
지난 2019년 항소심 재판을 위해 서울 고등법원에 출석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이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상의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고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하고있다. 연합뉴스

다만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막판에 다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인 사면은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과 다소 어긋나는 측면도 있어 일각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아직 윤 대통령에게 구체적 사면 명단이 보고되진 않았다”고 했다. MB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중앙일보에 “지난 광복절 특사 당시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던 만큼 MB는 담담히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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