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길거리 성희롱' 형량 2년으로 높인다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 형량, 6개월→2년으로 강화 추진
음담패설 외 통행 방해, 불쾌한 몸짓 등도 범죄로 규정

작년 3월 영국 런던에서 현직 경찰관에 의해 납치, 살해 당한 여성을 추모하며 의회 광장에 모인 시위대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영국이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성희롱하는 이른바 '캣콜링(catcalling)'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캣콜링 등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공장소 성희롱의 최고 형량은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수엘라 브레이버만 내무부 장관은 "모든 여성은 괴롭힘이나 폭력의 두려움 없이 안전하다고 느끼며 거리를 걸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을 특정 범죄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가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은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캣콜링을 하는 것 외에도 ▲밤에 집으로 걸어가는 누군가의 뒤를 고의로 바싹 따라가는 행위▲상대방에 대한 외설적이거나 공격적인 발언▲외설적이거나 불쾌한 몸짓을 하는 것 ▲통행을 방해하는 것 ▲보행 중인 사람 가까이에서 차량을 천천히 운전하며 접근하는 것 등을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이외에도 휘파람을 불거나 뚫어지게 바라보는 행위도 범죄로 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WP는 현재 영국 의회는 여당인 보수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이 법안을 발의한 그레그 클라크 보수당 의원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거리에서 여성을 학대하는 것이 아예 용납되지 않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 강화하는 데에 법안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영국의 YouGov가 성인 33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영국 여성의 3분의 2가 '밤에 혼자 걷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캣콜링이나 휘파람 소리 등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여성의 62%, 남성의 8%에 달했다. 또 여성의 43%는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3월 런던에서 한 여성이 집으로 걸어가던 중 현직 경찰관에게 납치돼 강간 후 살해된 사건이 벌어져 여성의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6개월 후, 28세의 초등학교 교사가 런던 남부에서 모르는 남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다시 벌어져 큰 충격을 주었다.

벨기에, 프랑스,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 국가와 페루, 필리핀 등은 이미 공공장소에서의 캣콜링 등 성희롱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2018년 8월 캣콜링을 한 사람에게 90∼750유로(약 11만∼100만원)의 즉석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페루도 2015년 3월부터 거리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