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이호원 “최양업 신부 연기, 똑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접근”[일문일답]

정진영 2022. 12. 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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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영화사 제공

무언가에 과할 정도로 몰입하는 경향,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성격. 배우 겸 가수 이호원은 어쩐지 영화 ‘탄생’ 속 청년 최양업 신부와 닮아 있었다.

‘탄생’ 개봉을 맞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호원에게 ‘땀의 신부’라 불리는 최양업 신부를 준비한 과정과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과할 정도로 공부하고 납득되는 선까지 멈추지 않는 것. 이호원은 그런 마음으로 ‘탄생’을 준비했고, 그런 성정은 자연스레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까지 묻어났다.

사진=민영화사 제공

-‘탄생’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원래는 상대적으로 분량이 조금 적은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 특별출연 개념이었다. 어느 날 의상 피팅을 하러 제작사 사무실에 갔는데 감독님이 날 보시곤 ‘최양업 신부의 대사를 한 번 읽어볼 수 있겠느냐’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내게서 최양업 신부님이 보인다고 하셨다. 배우로서 더 큰 롤을 맡는 건 영광이기 때문에 좋다고 말씀을 드려서 이 역을 맡게 됐다.”

-윤시윤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축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데. “대본 분량 자체는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버전을 보니 편집된 부분도 많아서 외국어 연기하는 장면이 한국어로 연기하는 장면보다 더 많다는 느낌도 들더라. 개인적으로 편집이 돼 아쉬운 장면들도 있지만 영화는 의미 있게 잘나온 것 같아서 좋다.”

사진=민영화사 제공

-어떤 장면이 편집된 게 아쉬웠나. “김대건(윤시윤 분) 신부와 둘이서 신을 믿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나름대로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종교를 다루는 많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그런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나. 그런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어 연기 장면이 많은데. “사실 영화에 나온 장면이 다가 아니다. 더 많았다. 감독님께 얘기를 들어 보니 처음 편집을 마쳤을 때 영화가 5시간 분량이었다고 한다. 그걸 다시 반으로 줄여서 ‘탄생’의 최종 버전이 나오게 됐다. 외국어 대사량 역시 영화에 나온 것의 거의 두 배 정도였다.”

-어떻게 준비를 했나. “하루에 3시간 정도 공부했다. 한 시간은 중국어, 한 시간은 라틴어, 한 시간은 불어를 공부했다. 사실 외국어를 잘하지는 못하는데 공부하는 건 좋아한다. 영어랑 일본어를 최근 몇 년 동안 과외를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외국어를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공부하는 게 힘들거나 재미없거나 하지는 않았다.”

-라틴어 연기는 특히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가르쳐준 선생님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더라. 선생님이 중간에 바뀐 적도 있었다. 유튜브에서 영상도 찾아봤는데 많지 않아서 어려웠다. 아쉬운대로 영화 같은 걸 찾아보면서 자연스러운 억양을 나름대로 찾았던 것 같다.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영화에서 진짜 자기 말을 하는 것처럼 들려야 하니까.”

사진=민영화사 제공

-실제론 종교가 없는 걸로 안다. “‘탄생’은 조선 말이 배경이다. 조선시대는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시대고 ‘평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노비, 양반의 신분 격차는 무척 컸고. 그런 때에 ‘인간은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척 허무맹랑했을 거다. 조선은 천주교를 선교사를 통한 종교가 아닌 학문으로 처음 받아들였다. 그것을 학문으로 받아들였을 당시 사람들의 심리에 궁금증이 생겼다. 종교는 없지만, 하느님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조선시대에 ‘평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갖온 분들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존경할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다.”

-실제 신부를 만나거나 성당에 나간 적이 있나. “영화를 준비하며 꽤 다녔다. 혼자서 조용히 계속 성당에 나가니까 수녀님이나 다른 일하시는 분들이 세례 이야기를 하더라. 사실 영화 찍는 동안에는 믿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천주님은 이런 생각이실 거야’라는 등의 대사가 있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해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천주교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바뀐 점은 있다. 전에는 신이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생각이 반반이었지만 지금은 신의 존재는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

사진=민영화사 제공

-최양업 신부는 실존 인물이다. 어떻게 공부했나. “어떻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부했다. 감독님이 정말 학자 스타일이다. 공부를 많이 하시고 똑똑하시다. 그런데 최양업 신부님에 대한 것만큼은 내가 감독님보다 더 잘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많이 했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양업 신부님이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찬송가 작곡도 많이 하셨더라. 최양업 신부님이 쓰셨던 편지 내용도 구해서 번역을 의뢰해 보기도 했다. 굉장히 성격이 강직하고 세시더라. 천주교 규율이 굉장히 세지 않나. 그런데 윗분들한테 따지는 듯한 내용의 편지도 쓰셨던 걸 봤다.”

-실존 인물인 데다 성인을 연기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 “솔직히 말하자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최양업, 김대건 신부님 같은 분들을 떠올리면 성스럽게 접근을 해야 할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우리 영화 대본에 보면 그 두 분이 ‘신이 진짜 있는 걸까’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실제 성당에 가서 만난 신부님이나 수녀님들도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 같은 사람이라는 지점에서 오히려 감명받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훌륭한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감사하지만, 연기를 할 때 포인트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가져갔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자면. “야자수 아래에서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최양업 신부는 고해성사에 대해 ‘작은 죄까지도 전부 고백해야 한다’고 한다. 최양업 신부가 실제 어떤 인물인가를 공부하고 연기해서 그런지 공감되는 부분이 컸다.”

사진=민영화사 제공

-인간 이호원으로서 최양업 신부라는 인물에 얼마나 이입했는지. “솔직히 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남을 위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상상을 해도 잘 떠오르지 않더라. 내가 무슨 영웅도 아니고 ‘여기 있는 100명을 대신해서 죽겠습니다’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나. 그런데 그 죽는 사람 100명 안에 내 가족이 있다고 하면 내가 대신 죽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내 친한 친구가 노비인데 평등을 외치다 맞아 죽었다고 하면, 이모가 천주교인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다면 나를 희생해서라도 그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이입했다.”

이호원이 ‘땀의 신부’ 최양업으로 열연을 펼친 ‘탄생’은 지난달 30일 개봉,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자리하며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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