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승부수'...英·美 동시다발 규제 배싱 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올 1월18일 오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언론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MS와 북미 최대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세기의 인수합병(M&A)이 세상에 알려졌다. 인수가는 687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82조원). 전일 종가 대비 45%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MS는 내년 6월까지 거래를 완료하겠다는 목표지만, 주요 진출국 규제당국의 제동으로 성사마저 불확실해졌다. 빅테크를 겨눈 독점 규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시기에 이뤄진 거래인 만큼 규제 장애물을 제거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갑 중의 갑' MS와 '부동의 1위' 블리자드의 만남
1975년 도스(DOS)로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연 MS는 윈도 운영체제, 사무용 프로그램, 웹브라우저, 클라우드 등 진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영역에 손을 대며 전 세계 PC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과 모바일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주력 사업에서 고전이 이어졌고,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엑스박스’ 콘솔 게임을 출시하며 2001년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PC 시대 절대강자이자 ‘갑 중의 갑’이였던 MS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만년 2~3위로 지지부진하면서 20년 방황이 이어졌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블록버스터급 온라인 게임과 함께 ‘캔디크러쉬’ 시리즈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사 킹닷컴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비방디게임스와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이 회사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개발과 퍼블리싱 등 모든 면에서 북미 지역에서 부동의 1위 게임 개발사로 안착했다. 현재 전 세계 190개국에서 매달 약 4억명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기고 있다.
◇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빅테크 배싱
세기의 딜은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인 규제 장벽에 둘러싸이게 됐다.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것은 영국이다. 영국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7월 착수한 예비조사를 마무리짓고 지난 9월 심층조사에 들어갔다. MS가 현 단계에서 반독점 혐의를 해소할 충분한 자구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조사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EU 경쟁당국도 인수 거래의 규모나 양사의 시장 지배적인 지위, 소니를 포함한 경쟁사들의 우려 등을 종합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EU 경쟁 당국 관계자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큰 거래이자 어려운 거래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규제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MS의 액티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력 조치를 내놨다. FTC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식재산권(IP)을 통제함으로써 품질, 가격, 혁신 등에 대한 경쟁을 저해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법적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 美, '견제받지 않은 권력 바로잡자' 총공세
핵심 쟁점은 양사 간의 합병이 게임 유통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P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MS지만 게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다. MS는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M&A 전략을 택했다. 활발한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며 경쟁력을 키워갔고, 게임공룡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중국 텐센트와 일본 소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게임사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이에 경쟁사들은 MS가 블록버스터급 블리자드 게임을 자사 게임 구독형 서비스 '게임패스'에 독점 출시하고 위, 플레이스테이션 등 타 게임사의 입점을 막는 방식으로 시장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FTC는 과거 MS가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했을 당시 경쟁사에 게임 공급을 차단하고 압박한 이력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번에도 IP를 앞세워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홀리 베도바 FTC 경쟁국장은 "(과거 사례에서) MS는 그들이 경쟁사에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미 규제당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빅테크 기업 규제에 수세적인 입장을 보이던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법무부와 FTC로 빅테크에 대한 감독권을 양분하며 공격적인 법 적용을 시사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짧은 시간 이들 기업의 몸집이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것이 이유였다. '빅테크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이 이끄는 FTC가 과거 AT&T의 기업 해체 사례에서 보듯 기업 해체 소송, 사업 축소 법 제정 등의 초강력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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