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기적, 호날두의 포르투갈 격침…아프리카 사상 첫 4강행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가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또 한 번의 ‘자이언트 킬링’ 드라마를 썼다. 극적인 승리와 함께 4강에 오르며 월드컵 역사에 영원히 남을 발자취를 남겼다.
모로코는 11일 오전 0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8강전에서 전반 막판 터뜨린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포르투갈에 1-0으로 이겼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모로코는 또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모로코는 조별리그에서 FIFA랭킹 2위 벨기에를 꺾은 데이어 16강전에서 스페인마저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막강 공격진을 구축한 포르투갈을 무득점으로 꽁꽁 묶으며 거둔 승리라 더욱 돋보였다.
월드컵 본선 역사를 통틀어 아프리카 팀이 4강에 오른 건 모로코가 최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카메룬이 아프리카 대륙 소속으로는 처음 8강 등정에 성공한 이후 2002년(한·일월드컵) 세네갈과 2010년(남아공월드컵) 가나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돌풍을 4강 고지까지 이어가진 못 했다. 지역 범위를 ‘범 아랍권’으로 고쳐 설정해도 월드컵 4강은 역대 최초다.
포르투갈은 2006독일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4강행을 눈앞에 두고 모로코의 돌풍에 휘말려 무릎을 꿇었다. 16강전에 이어 또 한 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는 후반 6분에 일찌감치 교체 투입돼 40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포르투갈을 격침시킨 모로코의 득점포는 전반 42분에 나왔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좌측면 수비수 야히야 아띠야툴라가 올려준 볼을 정면에 있던 유시프 누사이리가 솟구쳐 올라 머리로 방아를 찧듯 받아 넣었다. 압도적인 점프력에 포르투갈 골키퍼 디오구 코스타를 비롯한 수비진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
전략의 승리였다. 모든 포지션에서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앞서는 포르투갈과 맞붙어선 승산이 적다고 판단한 모로코는 90분 내내 전후좌우의 폭을 바짝 좁힌 채 웅크리며 수비 축구로 일관했다. 대신 볼을 잡으면 3~4명이 일제히 쇄도하며 위력적인 역습으로 맞섰다. 모로코는 패스 횟수(229개-678개), 볼 점유율(23%-61%)에서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슈팅수에선 9-11로 대등했다. 골대 안쪽을 향한 3개의 유효 슈팅 중 하나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효율성 높은 축구를 했다.
반면 포르투갈은 실점 이후 모로코의 위험지역을 넘나들며 경기 흐름을 이끌었지만,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 했다. 유효슈팅은 세 개로, 모로코와 같았다. 후반 종료 직전 호날두가 시도한 회심의 슈팅은 모로코의 수문장 야신 부누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후반 추가시간 중 모로코의 교체 공격수 왈리드 샷디라가 두 장의 옐로카드를 잇달아 받고 퇴장 당하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지만, 포르투갈이 남은 4분 여 동안 흐름을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5번째 월드컵이자 마지막 도전 기회에서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호날두는 경기 종료 직후 곧장 그라운드를 벗어나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포르투갈대표팀 관계자와 함께 경기장 내부로 들어선 호날두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생생히 잡혔다.
또 하나의 우승 후보를 무너뜨리고 아프리카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모로코는 11일 오전 4시에 킥오프하는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8강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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