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관계의 담담한 이야기를 풀어내다..아티스트 이석과 신단비 [더 하이엔드]

윤경희 2022. 12.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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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과 신단비는 함께, 또 각자 활동하는 작가 커플이다. 자연과 연계한 미디어 아트를 즐기는 이석과 설치물을 포함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신단비 각자의 작업과 두 사람이 만들어낸 사랑과 관계를 주제로 한 아티스트 듀오 ‘신단비이석예술(SHINLIART)’의 작업이 공존한다. 신단비가 미국 뉴욕에 있을 때 기록처럼 취미처럼 서로의 일상 사진을 반반씩 붙여 SNS에 공개한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지금은 협업 1순위로 꼽히는 감각적인 예술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됐다.

전시 '에브리데이 라이크 디스'에서 만난 아티스트 이석, 신단비. 사진 장현우(스튜디오 프래크)


명품이 주목하는 아티스트, 이석 & 신단비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 1층에서 열렸던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골든구스'의 팝업 현장이었다. 창의성과 예술 정신을 기념하는 골든구스의 첫 글로벌 캠페인 ‘아티스트의 정신(The Spirit of the Artist)’의 캠페인 뮤즈 중 한 팀이었는데, 이들이 구현하는 예술 세계가 궁금했다.

최근 이들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구나현·임지빈 작가와 함께 그룹 전시 ‘에브리데이 라이크 디스(EVERYDAY LIKE THIS)'를 열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각자의 작품을 나란히 전시한 모습에서 따로 또 같이 표현하고 있는 이들의 예술 세계를 직관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을 직접 만나 너무도 솔직하고 담백한 둘의 예술,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의 일상을 반반씩 붙인 하프 앤 하프 시리즈로 유명해졌어요.

신단비(이하 신) “우리가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미국에 가게 됐어요. 한창 연애가 불타오를 때인데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니까 ‘둘의 일상을 반반씩 붙여보자’ 했죠. 사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서로의 일상이 궁금하잖아요. 막상 서로 이야기해보니 일상은 서로가 다를 게 없는 거예요. 그냥 낮밤만 바뀌었죠. 그래서 비슷한 것들을 촬영해서 반씩 붙여봤어요.”
이석(이하 이) “사실 그 작업은 저희가 마음을 풀고 자유롭게 한 것인데, 너무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어요. 미국, 유럽 쪽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CNN, BBC 같은 해외 매체랑 인터뷰까지 했죠. ‘이럴 수도 있구나’ 신기했어요.”

뉴욕과 서울에서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만든 '하프 앤 하프 시리즈'. 사진 신단비이석예술


-해외에서 그 작품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추측해 보자면 대륙이 넓어서 저희처럼 장거리 연애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모습을 공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나요.
신 “이석 씨는 제 선생님이었어요. 우연히 이석 작가의 미디어 아트를 접하고 배우고 싶어 그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갔죠. 첫 만남 때 자기는 ‘디자인과 예술의 가운데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너무 궁금한 거예요.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어요.”

-공동의 팀명이 신단비이석예술이에요. 이렇게 이름 지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신 작가님에 대한 이석 작가님의 배려인가요.
이 “제가 의도적으로 단비 이름을 앞에 놓은 것은 맞아요. 일단은 발음이 좋았고요. 배려라고 하기는 좀 거창하고, 그냥 저 혼자 하는 하나의 운동 같은 거예요. 어머니, 여동생과 오래 같이 지냈는데, ‘여성의 불편함’을 어머니 삶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나라도 존중하고 배려해야겠다. 어디서도 말해본 적은 없고, 그냥 혼자 하는 운동이에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신단비이석예술'로 내놓은 작품 '뽀뽀하면 사진 찍히는 기계'. 사진 신단비이석예술
'뽀뽀하면 사진 찍히는 기계' 이후 4년만에 두 작가가 함께 만들어낸 작품. 거대한 저울의 균형을 맞추는 어려움이 두 사람의 예술 세계를 조율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사진 신단비이석예술


-각자의 작업과 공동작업의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
신 “전엔 공동작업이 많았는데, 지금은 각자 작업을 70% 공동 작업을 30%로 균형을 잡으려 해요. 이번 전시*에서도 각자의 작업을 보여주고 있어요.”

-예술을 같이 한다는 것,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어떤가요.
신 “저희 공동작업 중에 대형 저울 작품이 있어요. 모든 기둥과 저울의 수평을 맞추는 작업인데, 거기에 담은 의미가 ‘서로가 의견을 맞추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제목도 ‘우리의 작품이 늦어진 이유’고요.”
이 “둘의 의견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데, 그 속에서 찾고 만들어낸 작업이다 보니 조금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뽀뽀하면 사진 찍히는 의자(기계) 등 초반 작업 후 4년간 작품을 못 냈죠.”

자신의 작품 '시간의 계단' 앞에서 선 아티스트 신단비. 사진 장현우(스튜디오 프래크)
2014년 로마 국립 미술관(MAXXI)에서 펼친 미디어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한 이석. 뒤로 보이는 작품은 프레임(Frame) 시리즈다. 사진 장현우(스튜디오 프래크)


-각자의 작업 방식은 어때요.
신 “일상에서 소중하게 느끼는 순간들을 쫓아가서 작업으로 연결해요. 예를 들면 침대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포근한 느낌이나, 고흥에 살 때 저녁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 보던 동네 앞바다의 노을 풍경, 그리고 그 풍경을 보러 갈 때마다 봤던 파도가 부서질 때 생기는 윤슬(물거품) 같은 것들요. 윤슬을 보고 빠져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작업으로 연결할까 고민해요. 작업은 영상으로 찍어서 각 프레임을 인쇄해서 책으로 만들어 펼쳐 놓고 선풍기를 틀었어요. 그럼 책이 넘어가면서 마치 영상처럼 윤슬이 부서지는 게 보이죠.”

-벅찬 감동을 예술을 통해 같이 소통하는군요. 이석 작가님은요.
이 “최근엔 자연을 소재와 배경 삼아 작업하는 ‘대지 미술’에 관심이 생겼어요. 저는 단순해서 큰 것을 좋아해요. 작업 종류도 빛을 쏘는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더 크게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멀리서도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잖아요. 디지털로 SNS에 올리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자연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바로 그 자리에 제 작업물을 넣어서 표현하고 싶어요. 깜깜한 해변, 숲속에 빔프로젝터를 가져가서 빛을 쏘는 연작 작업을 하곤 해요.”

-지금 하는 작업은 어떤 것이에요.
신 “새로 공동 작업을 진행했어요. 제목은 ‘둘이라서 너무 다행이야’고요, 가로세로 20m의 정사각형 이불(천)을 개는 퍼포먼스를 소재로 작업했어요. 12월에 공개 예정인데요, 실제로 해보니 정말 둘이라서 너무 다행이더라고요. 하하.”

*전시 ‘에브리데이 라이크 디스(EVERYDAY LIKE THIS)'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페이스 제인 앤 클레어’에서 12월 9일까지 열린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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